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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영일 해긴 대표, 컴투스 매각 후 재창업…5년 만에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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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긴?

좀 생소하다. 그런데 컴투스? ‘아~ 그 게임 회사’라고 알 만한 이는 다 안다. 오늘의 주인공은 컴투스 창업자이자 매각 후 신생 게임사 해긴을 재창업한 이영일 대표다. 이 대표는 컴투스 창업 후 20여년간 회사를 운영하다 2013년 게임빌에 약 700억원에 회사를 매각한 바 있다.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보냈다.

그러다 2017년 다시 게임 업계로 돌아왔는데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홈런 클래시’ ‘오버독스’ ‘익스트림 골프’ ‘플레이투게더’ 등 모바일 게임을 잇따라 내놨는데 모두 흥행 반열에 올랐다. 특히 해긴의 첫 출시작인 ‘홈런 클래시’는 개발 기간이 1년 미만이었지만, 첫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도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매출, 다운로드 상위에 랭크돼 있다. 이후 여러 게임이 흥행에 성공했다. 더 고무적인 점은 해외 이용자와 매출 비중이 모두 90%를 넘길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332억원, 영업이익은 7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해(2020년) 매출액이 13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2.5배 이상 외형 성장을 이뤘다. 이런 성장세에 주목, 국내외 기업, 기관들이 서로 투자하겠다고 줄을 섰다는 후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스톰벤처스, 중국 텐센트, 국내 투자사 본엔젤스, 넷마블-코나 펀드, 데브시스터즈 등이 초기 투자를 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카카오게임즈, 넵튠, KDB산업은행, 넷마블, 넷이즈, VNG, SK스퀘어, SK텔레콤 등 국내외 대형 투자사들로부터 총 1,500억원의 보통주 투자를 유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반열에 올랐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매경이코노미

1973년생/ 고려대 컴퓨터학과/ 컴투스 공동창업자, 부사장, 개발본부장, 일본·중국 법인장/ KAIST 창업지원실 겸임교수(전)/ 고려대 정보통신대학 겸임교수/ 해긴 대표(현) [해긴 제공]


▶고심 끝에 한 재창업

이 대표는 컴투스 매각 후, 제주도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당시에는 스타트업 펀드 조성, 엔젤 투자 등을 통해 후배 스타트업 양성에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됐는데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상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고, 이때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매각 후 재충전을 하며 다른 시각으로 산업을 바라보니 당시에 좀 더 길고 넓게 봤어야 한다는 것, 사업할 때 주변을 의식하기보다는 우리만의 확고한 방향성과 뚝심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또 살아오며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니 그래도 게임 업계에 있을 때였어요. 함께한 동료도 떠올랐고요. 그래서 컴투스 초기 시절부터 18년간 동고동락하고, 손발을 맞췄던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달성해나가는 과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해긴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컴투스 시절 아쉬웠던 경영 전략을 해긴에서는 마음껏 펼쳤다.

우선 전략부터 명확하게 짰다. 해긴은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메인 타깃으로 삼았다. 소수의 핵심 유저가 매출을 많이 내는 게임, 대세 장르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원칙도 정했다. ‘플레이투게더’라는 게임이 딱 이런 공식에 맞았다. 단순 게임이 아닌 소셜플랫폼으로서 인지도를 높여가며 출시 1년 만에 1억 다운로드, DAU(하루 순이용자) 400만을 달성했다. 국내외 기관에서 ‘2021년 대한민국을 빛낸 최고의 메타버스 게임’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전과는 다른 회사를 만들다

회사 운영 방식도 과감하게 바꿨다. 평균 20~30명이 1~2년 정도 내에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회사 구조를 짰다. 해긴의 주요 포트폴리오가 캐주얼 스포츠, SNG, 시뮬레이션, 액션 등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들로 구성된 것도 이런 진용 덕분이다. “현 개발진은 동일한 장르에서 최소 10~15년 경력자 중심으로, 각 장르의 특성, 유저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성을 가진 이들로 구성했어요. 목표와 방향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나 시간 낭비가 없고, 해당 장르 개발에 대한 오래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게임 품질을 제공할 수 있었죠.”

이런 인재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회사 문화도 ‘성과에 대해 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공정성’에 방점을 찍었다. 참고로 해긴은 순우리말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는 뜻이다. 이 대표의 회사 운영 철학은 사명에서 이미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모두가 목적 의식을 갖고 즐겁게 일하기 위해 경력자를 포함 신규 입사자까지 대부분 직원에게 제 개인 지분에서 일부를 무상으로 증여했어요. 스톡옵션도 투자사가 투자한 기업가치 대비 낮은 밸류로 지급했고요. 보통 회사는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그럴 만한 ‘당근’을 정말 제시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컴투스 시절에는 창업자 지분이 낮아 무상으로 지분을 나눠 주기 어려웠고 스톡옵션을 부여하려 해도 투자사 동의를 받는 데 애로 사항이 많았어요. ‘해긴’에서만큼은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이를 실천에 옮겼습니다. 또한 인센티브 역시 직원들 스스로 오랫동안 일을 함께해나가자는 의미로 성공한 팀이 받는 인센티브의 10%를 다른 팀과 공유한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투자사에 보통주로만 투자를 받고 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이 대표는 “단순히 투자금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의결권을 갖고 같이 상생하는 파트너로서 성장을 같이 도모하고자 하기 위해서다. 또한 자금 회수 압박 없이 임직원들이 내실과 게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돈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보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가 재창업 5년 만에 유니콘 기업 등극이다.

▶그에게 창업이란

“삶의 과정이 매 순간 판단과 선택의 연속인 것처럼 창업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업계 종사자로서 게임에 비유하면 실패를 거듭하고 계속 도전해 자기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좋은 파트너를 모아 함께 성장시키는 일종의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슷하더군요.”

그는 “야심 차게 추진한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좋고, 실패하면 ‘왜 실패했을까’ 고민하면서 계속 시도를 하는 과정 자체가 게임 같았고, 일 자체가 즐겁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에게도 좌절 혹은 실패 과정은 있었다. 컴투스 창업 초기에는 어렵게 구한 허름한 사무실에 가족들에게 십시일반 돈을 빌려 마련한 컴퓨터를 모두 도난당해 망연자실했던 순간도 있었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할 때 피처폰 시절 때부터 스마트폰 초기 시절만 해도 업계 1위를 지켜온 컴투스가 메이저 게임사에 밀려 순위가 뒤바뀌었을 때는 큰 상실감과 회의감이 들기도 했단다.

“이런 때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성공하는 경영자와 실패하는 경영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이 좌우했다고 봐요. 노력을 안 하면 물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죠. 하지만 순수하게 우리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었어요. 실패에는 너무나 많은 이유가 있어요. 내가 정말 노력을 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동료들과 힘을 합쳐도 실패할 때가 있어요. 그건 누가 잘못한 게 아니라 운이 좀 없었던 거라고 생각해야 해요. 이런 상황에 처한 후배 창업자도 많은데 자책할 필요 없이 실망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그는 후배 창업자에게 조언한다면 “유행을 좇으며 눈앞에 있는 물질적 보상을 바라기보다 좀 더 먼 미래를 보고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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