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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의회, 52년 만에 UFO 청문회... “미확인 비행현상 400건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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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대테러, 방첩, 핵확산방지 소위원회가 17일(현지 시각) 개최한 '미확인 항공 현상(UAP)'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스콧 브레이 미 해군정보국 부국장이 UAP가 촬영된 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7일 오전 9시(현지 시각)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HVC-210호 청문회장의 증인석에 로널드 멀트리 미 국방부 정보·보안 담당 차관과 스콧 브레이 미 해군정보국 부국장이 앉았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산하의 대테러·방첩·핵확산방지(3C) 소위원회가 ‘미확인 항공 현상(UAP)’에 대해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한 것이다. ‘미확인 항공 현상’은 현재 미군이 과거의 ‘미확인 비행 물체(UFO)’를 대신해 사용하는 용어다. 미 의회가 UFO 문제만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청문회를 연 것은 미 공군이 UFO 문제를 조사하던 ‘블루북 프로젝트’를 지난 1970년 초 마무리한 후 5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3C소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안드레 카슨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미확인 항공 현상은 잠재적 국가안보 위협이다. 그렇게 취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단순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UAP에 관련된 부정적 인식이 좋은 정보 분석을 방해해 왔다. 조종사들은 보고를 꺼렸고 보고를 했다가 비웃음을 샀다”면서 “UAP들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들은 실재한다.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어떤 위협을 야기한다면 완화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수년 간 은밀하게 미확인 항공 현상을 추적·조사해 온 미 국방부는 지난 2020년 ‘UAP 태스크포스(UAPTF)’를 정식으로 미 해군 내에 만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를 ‘항공체 확인 및 관리 동기화 그룹(AOIMSG)’으로 변경해 출범시켰다. 이 조직을 투명하게 감독하면서 UAP 목격담을 허황된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고 잠재적 국가안보 위협으로 진지하게 조사하도록 하기 위해 책임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는 취지였다.

야당 간사인 공화당의 릭 크로포드 의원은 “러시아와 중국의 알려지지 않은 행위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청문회에) 참여한다”며 “정보당국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잠재적 적국들이 뜻 밖의 새 기술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을 예방할 진지한 의무를 납세자들에게 지고 있다”고 했다. UAP가 외계 비행체일 가능성보다는 미국이 아직 획득하지 못한 신기술일 가능성에 더 신경 쓰는 말이었다.

브레이 부국장은 “2000년대 초부터 군사통제구역, 훈련장, 다른 비행금지구역에서 미승인 혹은 미확인 항공기나 물체를 봤다는 보고가 증가하고 있고 이런 목격 보고는 빈번하고 지속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고 증가의 원인 중 하나는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면서 “메시지는 분명하다. 뭔가를 보면, 보고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정적 인식이 줄면서 UAPTF의 데이터베이스에는 현재 약 400건의 보고가 포함돼 있다”면서 드론·쿼드콥터 같은 무인기의 증가와 감지센서의 성능 향상 등도 보고 건수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브레이 부국장은 2021년 한 군용기 조종사가 조종석 부근에서 촬영한 날아가는 구체(球體)의 영상도 공개했다. 그는 “나는 이 물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UAPTF가 지구 밖에서 온 물질이나 방사물을 감지한 적은 없다”고 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해 6월 미국 상원의 요청에 따라 UAPTF의 조사 내용 등에 대한 예비 보고서를 제출·공개한 바 있다. 당시 보고에 따르면 UAPTF는 2004~2021년 사이 미 정부 관계자가 보고한 144건의 사례를 조사했으나, 그중 143건에 대해 분명한 답을 얻지 못했다. 단 1건 만이 ‘바람 빠진 커다란 풍선’으로 원인이 밝혀졌다.

브레이 부국장은 “일부 UAP 현상의 성격을 분석하는 데 진전도 있었다”며 2019년과 2022년 각각 미국 서부해안과 동부해안에서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 미 해군이 일안 반사식 카메라가 부착된 야간투시경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빛을 내며 날아가는 삼각형 모양의 물체가 찍혀 있었다. 그는 “이 현상은 몇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 수 년 후 다른 해안에서 미 해군 관계자가 다시 야간투시경으로 같은 현상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해군의 다른 자산이 그 지역에서 무인기도 관측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 삼각형들이 아마도 무인기일 것이며, 빛이 야간투시경을 통과하면서 삼각형 모양으로 보인다는 합리적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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