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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동그란 도시가 네모난 도시보다 비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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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형태별로 강우량 모의실험한 결과

원형>정사각형>삼각형 차례로 비 많아

도시 구조따라 공기 이동 방향 달라져

해안지역 도시에선 강우량 차이 더 커


한겨레

도시의 형태가 강우량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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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형태가 강우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형 도시가 사각형 도시보다 강우량이 많고, 사각형 도시는 삼각형 도시보다 강우량이 많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도시의 구조에 따라 외부에서 도시로 유입되는 기단(공기 덩어리)의 이동 방향이 달라지는 데 주된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그렇다면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물 부족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도시계획에 참고가 될 만한 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학술지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에 이 색다른 연구를 발표한 이들은 미국과 중국, 홍콩의 기후과학자들이다. 이들이 이번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댈러스나 런던 같은 원형 도시의 날씨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시카고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삼각형 도시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는 사실을 알고나서였다. 연구진은 날씨 데이터만으로는 강우량 차이의 원인이 도시 형태 때문인지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알 수 없어 도시 형태와 강우량 간의 연관성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데브 니요기 오스틴텍사스대 교수(극한기상과 도시지속가능성 연구소장)는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도시의 모양도 바뀐다”며 “따라서 도시의 모양과 강우 사이에 어떤 주고받음(피드백)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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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은 대표적인 원형 도시 가운데 하나다. 런던의 원형 둘레길이 도시의 모양을 상징해준다. https://secretldn.com/london-circle-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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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도시의 강우량이 더 많은 이유


니요기 교수팀은 고해상도의 난기류 시뮬레이션과 일기예보 모델을 결합해 해안과 내륙의 원형, 정사각형 및 삼각형 도시에 어느 정도 비가 내리는지 6가지 도시 유형으로 나눠 모의실험을 했다. 정사각형 도시는 한 변의 길이를 20km, 원형 도시는 지름 23km, 삼각형 도시는 한 변의 길이를 30km로 설정하고,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도로 폭, 포장 표면 비율은 세 도시가 모두 같은 것으로 가정했다.

실험 결과 원형 도시의 평균 강우량이 삼각형 도시보다 22%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강우량은 무려 78% 차이가 났다. 사각형 도시의 평균 강우량은 삼각형 도시보다 8% 더 많았다. 강우량 차이는 해안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해상과 도시 공기의 차이가 훨씬 더 커 더 강한 대류를 유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도시 강우량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농촌 강우량보다 많았다.

홍콩과학기술대 양지아추안 교수(환경공학)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두 개의 다른 기단이 만날 때 비가 내린다. 그런데 원형 도시는 모든 방향에서 오는 기단이 도시의 중심부로 수렴되는 경향을 띤다. 이는 기단을 더 강력하게 섞어주는 쪽으로 작용해 비를 내리게 한다. 반면 삼각형이나 사각형 도시의 경우엔 모퉁이를 돌아 들어오는 기단이 도시 중심부에 도달하기 전에 만나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또 도시엔 비를 일정한 정도 가둬두고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초목 대신, 비를 그대로 통과시키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포장지역이 많아 기본적으로 폭우와 홍수에 취약하다. 여기에 도시화와 지구 온난화가 서로 결합하면 강우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연구를 종합한 결과 도시화는 도시의 강우량을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18%, 도시 전체적으로 16% 더 늘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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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도시 유형별 강우량 시뮬레이션 결과. 검은색 도형이 도시의 모양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내륙 원형, 내륙 사각형, 내륙 삼각형, 해안 삼각형, 해안 사각형, 해안 원형 도시. 학술지 ‘지구의 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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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 도시 설계에 참고할만


니요기 교수는 “도시 설계가 강우와 홍수 위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인식하면 기후 변화의 영향에 좀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레딩대의 리처드 앨런 교수(기후과학)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이번 연구 결과는 그럴듯하지만 더 큰 그림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가 야기하는 홍수와 폭염에 적응하는 것도 좋지만, 온실 가스 및 오염 입자 배출을 줄이는 것이 더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바람의 방향과 속도, 지형의 차이, 표면 온도의 차이를 무시한 점을 이번 연구의 한계로 지적하고 향후 연구에서는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심층 연구가 이뤄질 것을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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