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미 고위험 상품 투자 문턱 높아진다…‘서학개미’도 교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학개미의 고위험 상품 투자 문턱이 높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 규제 당국이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이른바 ‘복잡한 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벤치마킹 대상은 관련 상품 투자 시 교육 이수와 기본예탁금 예치 등을 의무화한 한국이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지난 9일 홈페이지에 “투자자가 (복잡한 상품의) 고유 특성, 위험을 이해하지 못한 채 거래할 때 재정적 경험이 없는 경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규제 강화에 대한 관련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향후 예상되는 규제는 고위험 상품 거래 전 고객에게 학습 과정이나 교육 과정 이수 요구, 해당 상품 거래 고객에 대한 당국의 별도 승인 과정, 일정액 이상의 예치금을 요구해 개인 투자자의 접근을 일부 제한 등으로 예상된다.

해당 게시물을 둘러싼 찬반논쟁은 팽팽하다. 미국 내 투자자를 대표하는 변호사 모임인 공공투자자중재협회(PIABA)는 찬성 의견을 냈다. PIABA 측은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통해 이런 상품에 접근할 때 위험성이 커진다”며 “이런 직접 투자 플랫폼에 안전장치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디렉시온 등 자산운용사는 “투자자 선택을 제한하기보다는 교육과 투명성 강화, 위험 공개가 금융산업규제국의 초점이 돼야 한다”고 반발하며 고객들에게 반대 의견 표명을 독려하고 있다. 취합된 의견은 금융산업규제국 내부 검토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발효된다.

미국 금융당국이 고려하는 레버리지 투자 규제는 한국이 ‘선배’다. 한국은 지난해 초부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방식도 흡사하다. 현재 국내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려면 금융투자협회의 1시간짜리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1000만원 기본예탁금을 증권사에 예치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간접투자가 주를 이뤘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개인 투자자가 급격히 유입됐다”며 “전통적으로 개인투자자가 많은 한국처럼 미국에서도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고수익 고위험 상품으로 투자가 쏠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중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개설된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와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가 대거 주식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21년 1월 100만명에 불과하던 월스트리트베츠의 가입자는 현재 1200만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투자를 게임처럼 여기는 ‘투자의 게임화(Gamification)’ 현상을 경고하는 논문도 나올 정도다. 황 연구위원은 “온라인상에서 투자자가 정보를 빠르게 나누면서 특정 상품 등에 쏠림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3월 보도를 통해 위험할수록 인기를 끄는 ‘화끈한 투자’를 경고했다. WSJ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통계를 인용해 “3월 말 기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ETP(상장지수상품)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TQQQ·티큐)’로 전년도보다 65% 늘었다”고 보도했다. 일명 ‘티큐’는 나스닥100 지수의 3배로 수익이 움직인다.

티큐는 서학개미가 사랑하는 종목이다. 올해 초부터 지난 13일까지 서학개미의 순매수 종목 1위가 TQQQ다. 1조8000억원치를 순매수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의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려면 교육도 이수하고 예탁금을 내지만 TQQQ처럼 더 위험한 미국 상품에 투자할 때는 아무런 허들이 없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