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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재정·통화 새 사령탑 “한국 경제 엄중…종합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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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임 재정 당국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통화 당국 수장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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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만났다. 취임 이후 첫 양자 회동이다. 두 사람은 “한국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조찬 간담회 이후 공동으로 낸 입장문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이 고조되고 성장 둔화 가능성도 높아진 위중한 국면”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황 전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재정 정책을 총괄하는 추 부총리와 통화 정책을 책임지는 이 총재가 만나 정책 조합(Policy Mix)을 강조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59조4000억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협조를 부탁했다. 한은이 꾸준히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다. 재정·통화 정책 엇박자 우려가 계속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는 한발 더 나간 발언을 했다. 이 총재는 조찬간담회 직후 “앞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와 7~8월 경제 및 물가 상황 등을 봐야 한다”며 “향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더 치솟으면 미국처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씩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전례가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1%포인트씩 크게 내린 적만 있었을 뿐이다. 이날 추 부총리는 “금리는 전적으로 중앙은행의 결정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 총재의 빅스텝 발언에 채권시장은 벌집을 쑤신 듯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전 거래일보다 0.17%포인트 오르며 연 3.08%를 넘어섰다. 한은 고위 관계자가 “이 총재의 발언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 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자, 상승 폭을 줄이며 연 3.046%로 장을 마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6월 소비자물가 수준이 확인될 때까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한 잡음이 계속 남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의 예민한 반응은 그동안 이 총재가 빅스텝 인상에 선을 그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반드시 미국처럼 빨리 갈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미국보다 물가상승률이 낮고,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만큼 빅스텝을 밟을 필요도 여유도 적다는 인식이다.

현실적 여건도 만만치 않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빅스텝을 밟기에는 가계부채 규모가 너무 크다”며 “굳이 빅스텝을 밟아 경제 충격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마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데 대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이날 발간한 ‘미국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연간으로는 국내총생산(GDP)이 0.13% 감소하는 효과가 난다.

이 총재의 발언을 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잡기 위한 일종의 ‘엄포’로 보는 시각도 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물가 통제를 위해서라면 모든 정책을 다 펼칠 수 있다는 한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안효성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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