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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오수의 ‘검수완박 일지’… “중재안 합의에 하늘 무너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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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할 일이 없다는 생각, 사직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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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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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검찰을 떠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국면과 관련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취지의 사직 인사를 검찰 내부망에 게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지난 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저는 오늘 검찰을 떠난다”며 “여러분께 많은 짐을 남겨놓고 떠나게 돼 죄송하고, 앞으로도 이 어려웠던 시기를 잊지 말고 반드시 기억해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김 전 총장은 총력전을 펼쳤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을 막아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저뿐만 아니라 모든 검찰 구성원은 일치단결해 한목소리로 법안 처리에 관계된 분들과 국민께 (검수완박의) 문제점과 충분한 논의의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하지만 다수의 힘으로 민주적 절차를 어기고, 날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자 우리의 대응은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이어 “대다수의 국민이, 시민단체와 학계·변호사단체·법원 등 관계기관에서 우려를 제기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장의 사직 인사에는 ‘검수완박 일지’가 포함됐다. 검수완박 국면의 시작을 알린 지난달 7일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부터 22일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여야 합의까지 16일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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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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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지난달 11일 첫 사표를 제출했다. 7일 사보임 사태 이후 8일 고등검사장 회의, 10일 대검찰청 과장회의 등을 거쳐 사직서 제출 결심을 굳혔다. 그는 “깊은 고민 끝에 검수완박 법안 추진 결과와 관계없이 직을 걸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굳혔고, 그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사직서 수리 전까지 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생각으로 검사장 회의 주재, 언론을 통한 국민 호소, 대통령 면담 요청, 국회 법사위원장·부의장·의장 면담 등 일정을 순차적으로 수행했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사표 제출 6일 뒤인 지난달 17일 사표 제출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분출되는 검찰 구성원들의 비판과 분노에 공감하고, 국민과 정치권에 저의 확고한 입장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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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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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총장은 지난달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데 대해 “너무 놀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더이상 제가 할 일이 없다는 생각뿐이었고, 대검 간부들도 동의해줘 즉시 법무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사직 인사에서 검수완박으로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통제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기능 제한으로 수사권을 독점하게 된 경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는 필수적”이라며 “2020년 형사사법제도 개혁(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추진하기로 했던 자치경찰제 강화,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등 이행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이른바 ‘1차 검찰개혁’으로 불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서 논의를 주도한 바 있다.

김 전 총장은 검찰을 향해 “향후 전례 없는 길을 가야하지만, 그 험난한 과정에서 헌법이 부여해준 책무를 철저히 이행하고, 여러분 스스로 검찰의 존재 의미와 필요성을 국민께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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