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나토 가입 시 나토-러시아 접경 지역 2배 증가
'나토 확장' 역풍 맞은 러시아, "군사적 조치할 것"
美·佛·獨 "핀란드·스웨덴 가입 전적으로 지지"
러군, 도하 작전 대실패...흑해 함정 또 파괴
12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의회에서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헬싱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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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공식화하고, 스웨덴의 가입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서방과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발트해에 핵무기 배치 등으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이 북유럽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핀란드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1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지체 없이 핀란드 나토 가입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핀란드 정부가 나토 가입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핀란드는 16일 의회 의결을 거쳐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스웨덴도 같은 날 나토 가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양국의 관계뿐 아니라 북유럽의 안전성과 안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것”이라며 “러시아는 군사·기술적 조치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나토의) 확장이 수반하는 내용, 군사 기반 시설이 국경에서 얼마나 멀리 또는 가깝게 이동할지에 따라 러시아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맞대는 국경이 약 1,304㎞ 늘어나 현재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미 CNN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핀란드 나토 가입'이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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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인 핀란드는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나토 가입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핀란드는 1939년 소련이 침공한 ‘겨울전쟁’ 당시 영토의 10%를 잃고 사상자 7만여 명이 발생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등을 보면서 자국 군사력을 꾸준히 키워왔다. 최근 미국으로부터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64대나 구매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호전성이 확인되자 결국 나토에 가입하는 것으로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동시 가입 추진에 서방은 환영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지를 표했다. NYT는 “이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수십 년간 서방과 굳건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남부 벨고로드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시베르스키도네츠강 다리가 끊어져 있는 모습을 12일 공중에서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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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동부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려던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모습을 12일 공중에서 촬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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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은 수직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는 즉각 핀란드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가입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가 군사적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러시아는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 등을 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은 두 나라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군사지원을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수세에 몰리고 있다. 영국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북동부 하르키우 점령에 실패해 남동부로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동남부를 잇는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다 우크라이나의 집중 포격에 탱크와 장갑차 73대와 병력 1,500명을 잃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남부 흑해 뱀섬에서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러시아 함정이 또 파괴되는 굴욕도 당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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