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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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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해리스 총출동했는데, 캄보디아 "대접 더 잘하라"…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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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일 워싱턴서 미·아세안 정상회의

中 견제 IPEF 출범 앞두고 백악관 초청

美, 훈센 총리에 함께 하자 설득 나서

몸값 오른 캄보디아 “편들기 않겠다”

중앙일보

지난 2월 17일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순회 의장국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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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세안 순회의장국 캄보디아가 미국에 큰소리를 쳤다. 캄보디아 고위 당국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과 개별 양자회담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손님을 더 후하게 대해야 한다”고 격상된 대접을 요구했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는 아세안 10개국 중 정권 교체기인 필리핀과 쿠데타를 겪은 미얀마(버마)를 제외한 8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미국이 아세안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한 것은 아세안 창설 45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2016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세안과 특별정상회의를 열 때는 백악관이 아닌 캘리포니아 서니 렌즈에서였다.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미국 재계 인사 등이 줄줄이 아세안 정상들을 만난다.

그럼에도 중국의 ‘의형제[鐵桿·철간]’로 불리는 캄보디아 훈 센 총리의 참모인 카오 킴 훈 장관은 지난 6일 로이터통신에 아세안 정상들은 미국으로부터 “존중과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유용한 시간”을 보낼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오 장관은 “대국으로서, 주최국으로서 미국은 손님들, 워싱턴을 방문하는 지도자들을 더 후하게 대해야 한다”면서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훈 센 총리는 1985년 집권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한다.

캄보디아가 백악관에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배경엔 아세안을 놓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가 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의 지역 경제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아세안 국가가 참여하도록 설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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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왕이(사진 가운데)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쁘락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부장과 화상회담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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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몸값이 올라간 캄보디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능동 외교를 시작했다. 카오 장관은 로이터에 “캄보디아는 미·중 사이에서 ‘편들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꺼리는) 남중국해 문제가 워싱턴 정상회담의 의제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홍콩 명보는 12일 “‘의형제’인 중국과 캄보디아 사이의 우의에 변화가 생겼다”며 미묘해진 양국 관계를 전했다.

중국은 급히 캄보디아 외교장관을 찾아 단속에 나섰다. 8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쁘락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화상 회담을 갖고 “아시아는 중국과 캄보디아 등의 나라가 근심 없이 생활하는(安身立命) 장소이자 발전과 번영의 땅”이라며 “냉전 사상을 이곳에 끌어들여 진영 대결을 선동한다면 수년간 지역의 평화적 발전을 파괴할 것이므로, 아시아 국가는 공동으로 경계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세안에 미국의 입김을 끌어들이지 말자는 얘기다.

하지만 쁘락 부총리의 반응은 밋밋했다. 그는 “오늘날의 세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도전에 대처할 정확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우호 관계 일변도인 줄 알았던 캄보디아와 중국이 이견을 노출한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서다. 오랜 친중파 지도자였던 훈센 총리가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했다.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총회 결의와 인권이사회의 러시아 퇴출 표결에서 캄보디아는 모두 찬성했다. 기권하거나 반대했던 중국과 입장을 달리했다. 앞서 지난 3월 18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훈센 총리의 전화 통화에서도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양측은 “균형 있고 공평 타당한 입장에서 평화 회담을 촉진하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며 “의견을 교환했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캄보디아는 미국·일본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캄보디아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을 중단했다. 더불어 코로나19 백신 300만 도스도 기증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기업 아마존, 정유업체 셰브런, 엑손 모빌, 메타(페이스북)의 고위 임원진으로 구성된 경제대표단이 프놈펜을 방문해 훈센 총리와 회견을 갖고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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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왼쪽)가 일본 쿠마모토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태평양 물자원 포럼 정상회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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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지난달 캄보디아를 방문해 양자 관계를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일본 자위대 최고 지휘관인 야마자키 코우지(山崎幸二) 통합 막료장(합참의장)도 이후 캄보디아를 방문해 군사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해 최근 캄보디아에 7척의 순시선을 기증했다.

여기에 캄보디아와 중국 민간 여론에서 악재가 발생했다. 지난 3월 중국 장쑤(江蘇) 출신 청년이 가짜 취업광고에 속아 캄보디아에 갔다가 강제로 여러 차례 피를 뽑히다 탈출했다는 ‘혈노(血奴)’ 사건이 불거졌는데 이게 최근 당사자의 거짓으로 드러났다. 조작된 ‘혈노’ 사건으로 캄보디아에서 반중 여론이 번지자 캄보디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중국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SNS에서 가짜 뉴스 유포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캄보디아의 실추된 명예 회복을 요구했다.

올 11월엔 캄보디아를 비롯해 동남아가 글로벌 정상회담의 무대가 된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인도네시아는 주요 20개국(G20), 태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 직후 중국 앞마당에서 펼쳐질 다자 외교 무대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국과 대중국 포위망을 조이려는 미국의 줄다리기가 점점 가열되고 있다.

워싱턴·베이징 특파원=박현영·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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