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에도 격의 없이 수시로 와 주세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대통령실 5층 회의실에서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기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비서관이나 행정관, 또 우리 수석비서관들이 이방 저방 다니면서 다른 분야의 업무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야말로 정말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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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강조한 尹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한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된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 모습. 대통령 전화기에 주요 참모를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이른바 '핫라인' 버튼이 달려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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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참모들이 업무 공유 및 소통을 원활히 해야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도 격의 없이 찾으라”며 참모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할 계획임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미 인수위 때부터 비서관급 인사들도 당선인 방에 수시로 드나들며 담당 업무를 직접 설명해왔다”며 “수석비서관 이상만 대통령을 독대해 보고하는 방식의 업무처리 관행은 윤석열 정부에선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사진을 보면 윤 대통령 전용 유선 전화기엔 이미 주요 참모의 직책이 붙은 이른바 ‘핫라인’ 버튼이 생겼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도 언제든 필요하면 버튼을 눌러 실무진과 수시로 대화하겠다.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여러 명을 연결해 회의하는 미국식 업무모델을 구현하자’는 뜻을 주변에 밝혔다”고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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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예견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측근 참모들에게 “청와대로 가는 순간 나도 찌들 것 같다”며 이른바 ‘구중궁궐’로 불려온 청와대행을 거절했다고 한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한 후 대통령의 수시 소통 구상을 위한 ‘하드웨어’ 변화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5층은 현재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집무동)’ 형식의 개방형 공간으로 바뀐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들과 오찬 회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대통령 집무실에서 시계방향으로 경호처장실→국가안보실장실→비서실장실→정무ㆍ시민사회ㆍ홍보ㆍ경제ㆍ사회 수석실이 각각 늘어섰다. 대통령이 호출하면 언제든 즉각 대면할 수 있는 구조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과 주요 참모 사무실을 한 공간에 둔 건 ‘청사 건물이 좁더라도 공간을 잘 활용해 소통이 원활하게 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집무실에 놓인 원형 탁자 역시 참모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0일 1호 안건인 한덕수 임명동의안 제출 건을 결재한 직후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원탁에 둘러앉아 취임식 관련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어 같은 자리에서 참모들과 함께 전복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당초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만 오찬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즉석 제안으로 오찬 참석자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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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격 없는 수시 대화’를 강조하며 원탁을 선호했다. 과거 그와 일했던 변호사는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당시에도 무겁고 넓은 테이블, 커다란 소파가 놓인 대형 회의실 대신 간소한 원탁에 모여앉아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면서 “지휘 라인의 부장검사 대신, 평검사의 직보를 유난히 선호한 것도 그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옛날 시대도 아니고 불편하다”며 비서실에서 마련한 사각 탁자를 원탁으로 교체한 적이 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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