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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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자기 말을 지키지 않는 게 비슷하다”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1일자로 보도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와 내각 인선안이 국민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대통령 후보 되기 전 얘기와 후보가 된 후 얘기에 일관성이 없다”며 “둘 다 대통령 하기에는 준비가 철저히 돼 있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 어느 날 갑자기 돼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해 끌려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 최근 행보에 대해 “나라를 운영하는 게 힘과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고도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게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의 당면과제를 충분히 인식했는지 회의적이다”며 “인수위 정책발표도, 내각 인선도 국민에게 큰 감흥을 못 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새 정부의 1기 내각 인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각은 국민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1기 내각은 그런 게 전혀 반영이 안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인선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는 능력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말이냐”며 “내각을 구성하는 데 국정 운영의 기본인 국민통합이 반영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 그는 “장관으로서 문제가 되는 사람을 법률적 잣대로 평가하면 정치가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수용해야 한다”며 “만약 청문 보고서 채택 안 된 사람을 그냥 임명해 버리면 문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일반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국민 판단에 따라야 한다”며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정 후보자 본인이 단안(斷案)을 내리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새 정부를 비판한 것에 대해선 “납득이 안 간다. 문 전 대통령이 말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대담하는 것 보니 아주 술술 말을 잘하더라”며 “퇴임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으로 취임 후 100일 동안 국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기간에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대선 이후 당선인은 구름 위로 올라가게 돼 있다. 구름 위에는 항상 해가 떠 있으니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거기에 오래 머물면 큰 오류를 범하고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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