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덮치면서 주식, 비트코인 등 투자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S&P500지수는 3.20% 하락한 3991.24로 마감했다. S&P500지수가 4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3월 31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99%, 4.29%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3.203%까지 상승했다. 2018년 말 이후 최고치다. 국제 유가도 급락했다. 이날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6.1% 하락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매니시 데시팬드는 CNBC에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계속 증가하면서 시장이 하방 리스크를 지닌 채 계속 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도 3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10일 아시아 증시도 약세였다. 이날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0.55% 하락한 2596.56에 마감했다. 코스피 종가가 26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장중 2553.01까지 떨어지며 올해 최저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같은 날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8% 하락한 2만6167.10에 거래를 마쳤다.
[김덕식 기자 / 차창희 기자]
연준 불신하는 시장…美빅테크 시총, 3거래일새 1조달러 증발
'빅스텝' 여진에 투매행렬
"美증시 이미 경기침체 국면"
S&P500지수 4000선 붕괴
우버·메타·아마존 일제히
채용계획 변경하며 '긴축'
11일 소비자물가 발표 주목
전망치 밑돌면 인플레 정점
美증시 반등기회 찾을 수도
9일(현지시간) `패닉셀`이 쏟아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32.10포인트(3.20%) 하락한 3991.24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가 4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3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99%, 나스닥지수는 4.29% 각각 하락했다. [신화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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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그동안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온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세로 반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봉쇄에 이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지난 5~9일 3거래일 만에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총 1조달러(약 1277조원) 이상 사라졌다. 애플이 2200억달러, 테슬라는 1990억달러, MS는 1890억달러, 아마존은 1730억달러, 알파벳은 1230억달러 급감했다. 또 엔비디아와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같은 기간 시총이 각각 850억달러, 700억달러 증발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 전략가는 고객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실물 경기가 침체하지 않더라도 향후 주식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플레이션 경로가 명확해질 때까지 변동폭이 클 것이고 유동성 부족으로 증시가 다시 단기 랠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는 이미 경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이 같은 폭락은 지난해 상장한 기업을 중심으로 도드라졌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나 상장을 한 기술기업 53곳 가운데 3곳을 제외한 50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종목 폭락세에 이날 주요 지수들은 줄줄이 급락했다. S&P500은 3.20% 하락한 3991.24, 다우존스는 1.99% 하락한 3만2245.70, 나스닥은 4.29% 떨어진 1만1623.25를 기록했다.
특히 500개 대형 기업의 주식을 지표로 구성한 S&P500지수는 4000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시장 분석가들은 아직 증시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주요 분석가들은 S&P500지수가 3800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티븐 서트메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온 지난 4일 미국 증시가 반등했다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선 것을 부정적인 징후로 꼽았다. 상승세가 하락장의 상황을 반전시킬 만큼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FOMC 이후 하루 동안 랠리에서 뉴욕 상장 종목의 거의 90%가 올랐다"면서도 "하지만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 러셀2000지수는 모두 첫 번째 저항선에서 막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바닥 신호인 투자자들의 '항복(capitulation)' 조짐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항복 신호는 투자자가 포지션을 청산하고 보유 물량을 최대한 빠르게 매각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시장은 S&P500지수의 다음 지지선을 3800선으로 보고 있다. S&P500지수의 사상 최고치 대비 약 20% 낮은 수준이다. 아리 월드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7~8개월에 걸쳐 20%가량 하락할 것으로 본다"면서 "2020~2021년 상승폭의 38%가량을 반납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격한 시장 발작에 빅테크 기업들은 비용을 감축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의 다라 코즈로샤히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시장이 큰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거기에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우버는 마케팅과 인센티브 비용을 감축하는 한편 고용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해지겠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버 주가는 이날 11.58% 하락한 23.05달러를 기록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우버뿐만이 아니다. 메타는 앞서 직원들에게 발송한 내부 메모를 통해 고위직에 대한 고용을 중단하거나 줄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력 부족 상태에서 초과 인력 상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면서 채용 계획을 변경했으며, 넷플릭스와 로빈후드도 직원 일부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관심은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리고 있다. 발표치가 시장 전망치인 8.1%를 웃돌면 변동성이 확대될 염려가 크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경기가 침체 국면을 향하고 있지만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다시 조성된다면 주식 시장이 살얼음판을 걸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4월 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으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 서울 = 신혜림 기자]
"위험자산부터 처분하자"…비트코인 3만달러 붕괴
작년 최고점 대비 56% 폭락
경기침체 우려에 유가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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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급락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이 결국 3만달러 선을 내줬다. 10일 9시 29분(한국시간) 비트코인의 코인당 가격이 2만9764.1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3만달러가 붕괴된 것이다. 이로써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기록했던 최고점 대비 56% 폭락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주식 시장과 가상화폐 시장 모두에서 매도세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최근 40일 상관관계 지표는 0.82를 기록했다. 이 지표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갤럭시디지털홀딩스를 이끄는 억만장자 가상화폐 투자자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블룸버그를 통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추후 수 분기 동안 비트코인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시장이 균형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투기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화폐가 매도 대상으로 지목됐다. BBC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며 "시장이 불확실한 시기에 전통적인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등 더 위험한 자산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유가도 경기 침체 우려에 하락했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6.68달러(6.1%) 하락한 배럴당 103.0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의 수출 지표 악화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4월 수출은 2736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3.9%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전달(14.7%)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상하이 봉쇄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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