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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더스페셜리스트] "가재도 까드려요" 게으름이 돈 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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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음식점인데요, 가재는 안 먹고 껍질만 계속 깝니다.

뭐 하는 걸까요?

가재 껍질을 대신 까주는 일만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심부름 산업이 요즘 뜨고 있습니다.

바퀴벌레 잡기, 화분 물 주기, 못 박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 하기, 사소한 것들까지 다 대신해 줍니다.

아무리 손도 까딱하기 싫다지만 너무 게으른 거 아니냐 하겠는데 부지런함만이 미덕인 건 옛말입니다.

게으름이 돈 되는 세상, '게으름 경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정말 움직이기 싫은 단순한 게으름이 시작이었습니다.

도시화된 세상에서 바쁘게 살다 보니까 간편함을 위해 남의 손을 빌리게 됐고 그러다 보니 배달, 대행 서비스가 우선 성장했습니다.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는 중국어로 게으름뱅이, '란런 경제'란 이름까지 붙었고, 서구에선 LAZY ECONOMY로 통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지만 더 격렬히 안 하고 싶다' 몇 년 전 이 광고 카피 기억하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돈 써서 시간 절약하고 편리함을 사겠다는 중산층이 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카피는 현실이 됐습니다.

로봇청소기, 음식 조리기, 식기세척기 같은 스마트기기들이 급증했습니다.

게으름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격리와 재택근무가 일반화 되었던 지난 2년, 밖에 한 발짝 나오지 않고도 먹고사는 일상이 가능했죠.

코로나 진단키트를 사다 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할 정도로 심부름 종류는 더 세분화됐습니다.

비대면, 집콕이 일상인데다 빅데이터, AI, 5G 등 혁신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개인 간 수요, 그러니까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C2C 플랫폼 경제가 붐을 이뤘습니다.

단순한 귀차니즘이 아닌 수고를 절약해 내 삶에 시간을 쓰겠다는 지혜로운 게으름뱅이가 혁신의 동력이 된 셈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시장에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모두 뛰어들고 있습니다.

2년 전 9조 원 정도였던 배달 시장 규모는 무려 25조 원까지 폭증해서, 새벽배송, 당일배송, 총알배송 라이더 구하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콧대 높은 호텔들이나 수십 년 전통의 인기 맛집도 가정간편식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요, 각종 반조리 식품도 넘쳐납니다.

앉아서 받아보자는 구독 서비스는 예전에는 신문, 우유배달 정도였는데요, 지금은 책, 영양제, 와인, 꽃, 간식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 게으름 경제의 모습은 어떨까요?

로봇의 사용이 일상화되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드론이 물건을 앞마당에 배달해주는, 사람 투입이 거의 없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려도 큽니다.

첨단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사람은 단순 대행 업무에 몰리고, 결국 양극화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플랫폼이 몸집을 키우면서 독점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최근 배달비 급증에서 생긴 갈등에서 보듯이 중간 거래비용이 늘면서 누구에게 얼마의 수익이 가는 게 합당한 지에 대한 논란도 아직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비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니까 가뜩이나 커진 물가 부담을 더 자극하게 되겠죠.

합당한 게으름이 용인됐던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고 엔데믹을 앞둔 지금, 코로나 때문에 무한 확장했던 게으름 경제에도 정체기가 올 수 있습니다.

극복해야 할 여러 부작용들을 딛고 어떻게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지 궁금해집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원배·박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심수현·반소희)
정호선 기자(hos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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