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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취재파일] EU의 6차 제재, '러 석유 금수 조치'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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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6번째 대(對) 러시아 제재



유럽연합이 러시아를 향한 6번째 제재안을 내놨습니다. 그간 끊임없는 요구가 있었던 러시아 석유에 대한 금수조치가 포함됐습니다. 또, 광범위한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수출하는 금융 창구가 됐던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 등에 대해서도 마침내 국제은행간통신협회, SWIFT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제재안이 곧바로 효력을 발휘하는 건 아닙니다. 우선, 27개 회원국 전체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승인을 받는 날 곧바로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것도 아닙니다. EU 집행위는 단계적으로 중단키로 했는데, 최종적으로 완전한 금수조치가 이뤄지는 건 올해 연말쯤이 될 걸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6개월 이내에 러시아의 원유 공급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연말까지 정제 제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돕는 과정에서 전 세계에 미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것입니다."


늦어도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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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우크라이나를 본격 침공한 이후 두 달 동안 러시아의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수출액은 630억 유로, 우리 돈 83조 원에 달합니다. 러시아는 그 가운데 440억 유로, 우리 돈 약 59조 원을 유럽 연합에 수출했습니다. 이는 유럽의 싱크 탱크인 Civitta and EasyBusiness가 추산한 우리 돈 49조 원 규모의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넘어섭니다.
(전쟁 비용은 4월 19일 기준이고 보수적으로 산정한 수치임을 밝힙니다.)

러시아는 덕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비용도 충당하고, 전 세계의 전례 없는 제재 속에 40% 가까이 폭락했던 루블화의 가치를 다시 정상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측면을 고려해 전 세계에 무기 지원을 호소하는 동시에 러시아로부터 자원 수입을 중단할 것을 거듭해서 촉구해왔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6차 제재는, 한편으로는 환영하면서도, 늦어도 너무 늦은 조치이긴 합니다. 게다가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는 즉시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올해 말까지 유예 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수출로 전쟁 자금을 마련하며 장기전을 계획하는 러시아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6차 제재, 러시아 돈줄 죌 수 있을까?



유럽의 전문가들은 크게 2가지 지점에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EU의 러 석유 금수 조치는 즉각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이는 일부 EU 회원국의 경우에는 러시아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대체 수입처나 대체 에너지 자원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러시아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의 싱크 탱크인 '브뤼겔(Bruegel)' 소속 선임연구원 시몬 탈리아피에트라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지적했습니다.
"유럽의 점진적인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릅니다. 단기적으로 석유 가격이 올라 러시아에게는 더 높은 에너지 수출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05-04/eu-proposes-phasing-out-russian-oil-by-the-end-of-the-year]


제재의 뒷문은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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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의구심은 바로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에서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EU가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526억 유로(우리 돈 70조 원)인데, 이 가운데 석유 수입 비중은 210억 유로(우리 돈 28조 원)로 40% 수준입니다. 반면 EU가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러시아에 지불한 금액은 308억 유로(우리 돈 41조 원)로 전체 지불 금액의 60%에 달합니다. 즉, 러시아 석유 수입을 줄이더라도 EU는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러시아에게 지속적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출처 : CREA, 5월 5일 기준)

이와 관련해 EU 집행위의 에너지 정책 담당 위원인 카드리 심슨은 5월 중순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발표될 것이라 밝혔고, 그 대책의 핵심은 올해 안에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물량의 2/3를 대체할 것이란 내용입니다.
"우리는 모든 주요 (천연가스) 공급 업체에 연락을 취해 가용 물량을 확인한 결과 올해 말까지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물량의) 1/3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1/3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대체해야 합니다…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끊어내는 건 10년 안에 이뤄질 것입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까지 발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과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할 만큼의 큰 충격을 입을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아직 내리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EU의 구상대로 100% 흘러간다고 해도 기존 수입 물량의 1/3만큼은 계속해서 러시아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러시아에게는 전쟁을 지속할 재정적 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쯤 되니 불안한 생각도 듭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3차 세계 대전을 우려해 군사 개입보다는 러시아를 향한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탓에 대러 제재의 뒷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열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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