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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아이가 장난감 집는 족족 숨막혔다" 공포의 어린이날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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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송모(39)씨는 지난주 온라인으로 어린이날 선물을 고르다 멈칫했다.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블록완구 ‘레고’의 가격이 할인가를 적용해도 대부분 10만원을 훌쩍 넘어서다. 세계적인 물가 상승 여파가 장난감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송씨는 “안 그래도 요즘 생활비가 너무 많이 나가는데 어린이날 선물까지 사주기엔 부담이 컸다. 장난감은 생일 때 사주겠다고 아이를 겨우 달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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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이마트 왕십리점에 대형 스타워즈 캐릭터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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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밥값, 놀이공원 자유 이용권도 올라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가족 행사가 몰린 5월이지만,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고(高)물가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선물 구매 등 추가 지출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직전인 3월보다 4.8% 올라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방위로 물가가 오르면서 외식 서비스 등 가격도 같이 뛰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조선 팰리스 뷔페 등 주요 고급 호텔 식당은 이달 들어 식사 가격을 2만원 정도 올렸다. 놀이공원 롯데월드도 주말 자유 이용권 가격을 3000원 인상하면서 성인 기준 처음으로 6만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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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째 어린이날인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를 찾은 가족단위 시민들이 퍼레이드를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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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42)씨는 “호텔 식당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선물을 드리는 게 어버이날 연례행사였는데 올해는 그렇게 했다간 100만원을 넘게 쓰게 될 것 같아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며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이렇게 빠듯하진 않았는데 최근 물가 폭등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가정의 달’ 대목을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집에서 간소하게 가족 행사를 치르는 시민이 늘면서 예약 손님이 예년보다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스테이크 전문점 업주는 “거리두기가 풀려서 올해는 예약이 금방 다 찰 줄 알았는데 아직도 테이블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식당은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지난달 중순 메뉴 가격을 1만~1만 5000원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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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 식당 자료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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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인기 제품 절반은 10만 원대



공산품 가격이 오르면서 장난감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에 따르면 어린이날 선물로 선호도가 높은 레고의 경우 주요 제품들의 가격이 2년 전보다 2만원가량 인상됐다고 한다. 이마트는 지난달 기준 레고 판매 상위 10개 제품 중 10만원 이상 제품이 5개라고 밝혔다. 인기 제품 중 절반이 10만원을 넘는 셈이다.

유치원생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황모(34)씨는 “유아용 블록은 별로 안 비싸겠거니 해서 장난감 판매대를 데려갔는데 아이가 집어오는 제품이 족족 10만원을 넘었다. 식비에 옷값까지 올라서 안 그래도 여유가 없는데 가족 행사까지 챙기려니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경조사비 부담에 ‘축의금 기준’ 등장



정부의 방역 지침 완화로 밀렸던 결혼식이 속속 열리면서 축의금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결혼식장 예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연말까지 주말 예약이 다 찬 식장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직장인 이모(29)씨는 “4월 들어 주말마다 지인 결혼식이 있어 축의금으로 50만원 가까이 썼다”며 “경조사비 부담 때문에 최근 1년 이내에 개인적으로 연락 주고받은 적 없는 지인 결혼식은 안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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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축의금 액수 기준'. 2020년 올라온 게시물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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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선 20~30대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축의금 액수 기준’을 정리한 게시물이 최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년 전 한 소셜미디어에 처음 올라왔던 글을 캡처한 게시물이 다시 주목받은 것이다. 이 게시물엔 ‘결혼하는 사람의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안다’면 15만원, ‘연락 없다가 카톡으로 청첩장’을 보낸 경우엔 모바일게임 초대장으로 응수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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