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3일 오후(현지시간) UN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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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거부했던 일화를 떠올리며 “아마 내가 그렇게 버틴 게 다른 나라들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49번째 편에서 문 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두 대통령의 위트(재치)에 담긴 각각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4월7일 국내 언론에 특이한 제목의 기사들이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 져 문 대통령이 가장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며 “나는 본능적으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제목만 봐서는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한미 공조에 구멍이 생겼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로 읽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그러나 기사의 후반부로 갈수록 안도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재임 당시 주한미군을 위한 연간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 5배 이상인 50억 달러(약 6조원)로 올리라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던 상황을 묘사하면서 ‘부국이 된 한국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이 계속 ‘안 된다’며 버텼다고 밝혔다”며 “역시 트럼프 대통령다운 인터뷰였다. 항상 자신의 업적이나 성과가 크게 홍보되길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큰소리로 자랑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자화자찬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할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은 문 대통령을 홍보해준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박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고 하자 문 대통령은 웃으며 “아마 내가 그렇게 버틴 게 다른 나라들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 거다.
문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거의 틀을 많이 벗어났다는 것을 전방위적으로 설명하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참 많이 버텼다”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고 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사실 짧은 일화이지만 각자의 국익에 대한 각각의 진심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과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익 관점에서 방어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4월26일 방송된 특별대담(문 대통령-손석희 전 앵커)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좋은 분’이라고 하면서 ‘주장의 차이를 인정했고, 그 어젠다에서의 차이가 다른 이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을 평가했다”며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칭찬 인터뷰가 결국 문 대통령을 칭찬한 결과로 귀결됐으니 트럼프 대통령의 매우 훌륭한 인터뷰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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