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3월 8일 서울 여의도우체국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거취가 다시 더불어민주당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6월 1일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으로 자리가 빈 인천 계양을에 이 전 지사가 출마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커지면서다.
이 전 지사의 출마를 가장 강하게 요구해 온 것은 바로 송 전 대표다. 송 전 대표는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지난 대선 때 1600만표 이상의 국민 마음을 얻었던 이 전 지사는 이번 보궐선거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를 위해 같이 참여해야 한다. 그 형태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수의 송 전 대표 주변 인사에 따르면, 송 전 대표가 이 전 지사에게 계양을 출마를 권유한 것은 4월 중순부터다. 서울시장 도전 의사를 밝힌 송 전 대표에 대해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배제를 결정(4월 19일)했다가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를 번복(4월 21일)하는 소동이 발생한 시점과도 겹친다. 송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인사는 “6·1지방선거에 함께 선수로 뛰며 수도권 선거를 승리로 이끌자는 취지의 제안을 수차례 건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가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조기 입성한 뒤, 8월 전당대회로 직행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2일 인천시당 위원장(유동수 의원) 주재 인천권 의원 모임에선 이 문제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인천시장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이 전 지사가 오면 낙선 운동이라도 불사할 것’이라는 반응이 충돌했다”고 전했다. 이 전 지사가 출마 여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사이 당내에선 출마론과 자중론이 격하게 맞붙고 있다.
━
“수도권 반전 카드 절실” 대 “당 분열만 가속”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위해 2일 성남시청 5개 과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송 전 대표를 비롯한 출마론자들은 수세에 몰린 수도권 선거에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송 전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이 전 지사가 나와 준다면, 인천-경기-서울 선거가 모두 붐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민주당 당직자는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이 전 지사는 어차피 공동선대위원장 등의 이름으로 불려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직접 선수로 뛰면서 서울시장 선거의 선전과 인천시장·경기지사 선거 신승을 견인하는 게 현명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가시화되고 있는 이 전 지사의 ‘사법 리스크’도 출마론의 배경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계양을 출마론은 처음엔 그저 아이디어 차원이었지만 경찰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설득력이 커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 경찰은 이 전 후보 아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날은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계와 일전을 벼르는 친문그룹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친문 중진 의원은 “이 전 지사 본인은 방탄조끼가 필요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만약 실제 등판하게 되면, 당을 분열의 소용돌이로 빠뜨릴 것”이라며 “당도 망가지고, 이 전 지사도 뒤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성향의 인원은 “이 전 지사가 나서면 본인 당선이야 되겠지만 서울·경기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들과 이유는 다르지만 이재명계 내부에서도 도전을 만류하는 흐름도 있다. 충청권 의원은 “지금은 대선 패배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쌓아가야 할 때”라며 “지방선거 후 송 전 대표와의 공동책임론에 묶이면 8월 전당대회는 물론 차기 대선 행보도 꼬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권의 초선 의원도 “지금 나서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
윤호중, 송영길에 “이재명과 계양을 연계 말라” 경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남은 건 이 후보 본인과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복수의 핵심 당직자는 “최근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공천과 이 전 지사를 연관 짓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송 전 대표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차원의 의사결정에 송 전 대표가 지나치게 관여하는 상황에 대한 경고일 뿐 ‘이재명 공천 불가론’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공천 절차에 관여하는 한 중진 의원은 “고심하고 있다”며 “여론 지표상 이 전 지사의 등판이 지방선거에 도움되는 일로 확인된다면 계양을 공천이 불가능한 선택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이 전 지사가 처음엔 출마에 뜻이 없었던 게 분명하지만 지금은 고심 중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이번 주중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도전자는 12~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분당갑 출마 탄력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달라지는 대한민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경기 분당갑 출마설에 탄력이 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특별보좌역인 박민식 전 의원이 이미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내에선 “정치적 중량감을 가진 안 위원장이 출마해야 경기지사 선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안 위원장의 향후 정치를 위해서라도 원내 진입은 필요한 수순”이라며 “정권 창출에 공이 큰 안 위원장이 출마하겠다면 예우 차원의 전략공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안 위원장을 만나 출마 관련 의견을 나눈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 실장이 출마를 권유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단일화에 지분이 있는 장 실장은 안 위원장의 원내진입을 통한 당내 입지를 구축이 필요하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 실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안 위원장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제가 왈가왈부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안 위원장 역시 “내일 인수위 결과 대국민발표회가 있는데 지금은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당내에선 안 위원장이 3일 발표회 이후 출마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의 측근인 김도식 인수위원은 이날 “지방선거의 성패가 걸린 경기지사 선거를 열심히 도울 생각인데, 본인도 직접 출마를 효율적 지원 방식의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안 위원장의 마음이 출마로 기울면 당은 전략공천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직 출마선언을 안 한 분에 대해 (단수공천 등)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경쟁력이 압도적인 후보에 대해선 단수공천 여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ㆍ성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