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야외 착용 의무가 해제된 2일 경기도 고양시 대화인공암벽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운동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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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느낌이…뭔가 벌거벗은 기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566일 만에 해제된 2일 오전 8시쯤 서울 잠실역에서 만난 직장인 서승준(34)씨의 소회다. 그러나, 서씨는 다시 마스크를 썼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를 잠깐 내렸는데 안 쓴 사람이 나밖에 없더라고요. 눈치가 보여서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씨 말대로 이날 서울의 출근길에 마스크를 벗은 이는 드물었다. 직장인으로 붐비는 잠실역 인근을 20분 동안 지켜보니 ‘노 마스크’ 시민은 10명 가운데 1명꼴이었다. 직장인 김유나(37)씨는 “비 확진자라 걸려본 사람보다는 감염에 더 조심스럽다. 지하철역 근처는 북적거리고 실내보다 거리 두기도 더 안 되는 거 같아서 마스크를 계속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방이 트인 공원은 노마스크가 조금 더 많았다. 이날 오전 7시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내 탄천에서 만난 30명 가운데 7명(23%)만 마스크 없이 길을 지났다. 마스크 없이 산책 중이던 80대 이모씨는 “얼마 만에 느끼는 상쾌함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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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야 고맙다”…마스크에 울고 웃은 566일
2020년 3월 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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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이 “가장 효율적인 방어수단”이라고 강조했던 마스크를 야외에서 벗게된 시민들은 반가움과 착잡함 등 여러 감정을 나타냈다. 방역 당국은 2020년 10월 13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코로나19 공포가 처음 한국을 덮쳤던 2020년 2월 전국을 덮친 마스크 품귀 현상을 떠올리는 시민들도 많았다. ‘마스크 대란’에 정부는 3월 ‘공적 마스크’ 제도를 시행했다. 출생연도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만 1인당 주 2매씩 살 수 있는 ‘마스크 5부제’, 전국 약국에서 늘어선 긴 줄, 마스크 재고 현황을 보여주던 애플리케이션(앱) 등 시민들에게 ‘마스크의 추억’은 한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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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품절’ 안내문 버린 약사
서울 송파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40대 약사 임모씨는 “마스크 대란 때 너무 시달려서 휴업도 고려했었다”고 회고했다. “마스크 있냐고 묻는 손님 100명씩을 매일 돌려보냈다”라고도 했다. 50대 약사 조모(송파구)씨는 “마스크가 얼마나 귀했으면 공적 마스크라는 희한한 말까지 생겼겠나”라면서 “손님 20명까지 번호표를 나눠주곤 했는데, 약사 하면서 처음 보던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마스크 품절’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약 1년 반만인 지난주에 버렸다고 했다. “당분간 그 안내문을 붙일 일이 없겠지”라면서다.
마스크 가격도 수요를 타고 변화해왔다. 마스크 대란 때에는 마스크 1장이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2000원~5000원에 팔렸다. 지금은 공급 안정화로 장당 300원(인터넷 기준)에 판매된다. 40대 약사 박모(분당구)씨는 “초창기 대란을 거친 후 가격은 줄곧 안정돼왔다. 마스크를 ‘생필품’으로 여기는 인식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자녀 모두가 코로나19에 걸렸지만, 마스크 덕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지난 2년 간 코로나19는 물론 감기에도 안 걸렸다. 돌아보면 마스크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7)씨는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지니 화장 등 외출 준비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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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종식 시그널로 오해하면 안 돼”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계주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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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마스크 해제가 코로나19 종식이라는 잘못된 ‘시그널’로 오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학부모 박모(39·경기도 용인시 거주)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바깥에서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말을 듣고 안에서 쓰려고 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사람을 마주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걱정도 크다. 노마스크 손님이 들어왔을 때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가 갈등이 생길 수 있어서다. 서울 송파구 한 편의점 직원 A씨는 “2일 자정이 넘어서 마스크 안 쓴 손님이 들어와 써달라고 하니 입만 가리고 담배를 달라고 했다”며 “미착용 손님이 하루에 15명이 넘는다. 써달라고 말할 때마다 금방 나갈 거라면서 끝까지 버티는데 앞으로 피곤해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택시를 모는 60대 조모씨는 “술 취한 손님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했다가 앞유리창을 깨서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는데, 이젠 그런 일이 더 많아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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