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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문 대통령, 사면 접고 검수완박 오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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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직접 의결할 예정이라고 여권 고위 인사가 2일 전했다. 3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의 단독처리 작업을 끝내면 문 대통령이 곧바로 국무회의에서 법률로 공포하게 된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일단 ‘3일 오전 10시 국무회의’ 일정을 공지했지만 이 여권 인사는 “국무회의는 국회의 입법 상황에 따라 오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며 “어떤 경우든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모두 공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검수완박 관련 법안 2개 가운데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3일 오전 10시쯤 또 다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한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일(3일) 오전 10시 전후로 국회 본회의에서 남은 형사소송법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국회 상황에 따라 국무회의 개회 시간을 조정할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고, 반면에 의석수에서 밀려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막을 방법이 없는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해 왔다. 청와대가 검수완박 법안의 ‘당일 공포’ 계획을 굳히면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과 함께 최대 이슈였던 석가탄신일(8일) 계기의 대규모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단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까지 사면을 결정하려면 사전에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찬반 표결을 해야 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문 대통령이 이날(2일)까지 사면에 대한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물리적으로 임기 내에 특별사면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끝내 거부권 행사않는 문 대통령, 검수완박 결판은 헌재로

중앙일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가운데)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아래 사진 가운데)가 2일 국회에서 각각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당내 입장을 전달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늘(3일) 오전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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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문 대통령은 정계·종교계·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사면 요청을 받고 고심을 이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엔 ‘MB 사면에 반대한다’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면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2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부겸 국무총리가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거기서 사면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관측이 총리실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을 거치며 결국 사면을 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 이날 참모회의 등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이 참모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6일 김부겸 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 소집 가능성 등을 비롯해 여권 일각에선 “극적인 사면 단행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전직 대통령 사면과 같은 중대사를 총리에게 맡길 가능성이 작다는 측면에서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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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위 사진 가운데)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가운데)가 2일 국회에서 각각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당내 입장을 전달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늘(3일) 오전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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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사면을 접은 배경과 관련해 여권 핵심 인사는 “MB 사면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지층 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계속 표출돼 왔다”며 “여기에 검수완박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상황과 김 전 지사 등 패키지 사면 가능성에 대해 중도층까지 강한 반발 기류를 보이면서 문 대통령이 결국 사면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 의견은 51.7%로 집계됐다. 김 전 지사(56.9%), 정 전 교수(57.2%) 등에 대한 사면 반대 의견도 절반을 훌쩍 넘겼다(이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야당에선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고, MB 사면을 접은 것 모두 지지층의 여론에만 끝까지 충실하겠다는 맥락”이라며 “5년 동안 이어져 온 지지층 챙기기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이날도 계속됐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비대위 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처리되면 검찰 입맛대로 별건 수사가 가능했던 법적 근거도 사라지게 된다”며 “특권 검찰이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민심을 저버린 입법 쿠데타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완전하게 박살나는 ‘지민완박’으로 결론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3일 본회의가 열리면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 단독 의결했던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결의안의 상정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를 위해 사개특위 설치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각각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상정해 달라”(박홍근), “상정하지 말아 달라”(권성동)는 상반된 요구를 펼쳤다. 박 의장은 이날 사개특위 구성안 상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강태화·오현석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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