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 주연 저스틴 H 민
28일 전주 고사동 상영관 '전주돔'에서 닻을 올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 '애프터 양'으로 내한한 주연배우 저스틴 H 민이 영화 상영에 앞서 무대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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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계라고 하면 ‘오징어 게임’ ‘기생충’ 좋아한다며 관심 보이죠. 5~6년 전만 해도 ‘김치’였거든요.”
29일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 ‘애프터 양’으로 만난 주연 배우 저스틴 H 민(33)은 “미국에서 K콘텐트 인기는 실로 폭발적”이라며 “K콘텐트는 항상 뛰어났는데 이제야 관심받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재미교포 2세인 그는 미국 넷플릭스 슈퍼히어로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2019~)로 대중에 각인됐다. 인터뷰엔 주로 영어로 답했지만, 한국말 질문을 대부분 이해했다. “부모님은 집에서 한국말을 쓰신다”고 “새해에 가족과 한복 입고 할머니께 세배드릴 때 한국과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면서다.
K콘텐트 인기와 더불어 현지에서 주목받는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작품이 엔데믹을 맞아 정상화한 전주영화제의 돛을 올렸다. ‘애프터 양’은 최근 일제강점기 역사를 담은 미국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공동 연출로 주목받은 재미교포 코고나다 감독이 데뷔작 ‘콜럼버스’(2017)에 이어 각본‧연출한 두 번째 장편이자, SF 가족 영화다. 올해 전주에선 단연 화제작이다. 개막 상영 티켓은 예매 오픈 3분 만에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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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만에 매진된 '파친코' 감독 가족 SF
올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 맨 오른쪽이 재미교포 배우 저스틴 민이 연기한 안드로이드 '양'이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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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국 작가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단편 소설 ‘양과의 안녕(Saying Goodbye to Yang)’이 토대로, 할리우드 스타 콜린 파렐이 주연을 맡았다. 백인 남편, 흑인 아내 부부가 중국에서 입양한 딸을 위해 중고로 구매한 아시아인 모습의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H 민)이 고장 나자, 그에게 내장된 기억 저장 장치를 통해 지난 삶을 되짚는 여정을 그렸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서 처음 선보여 호평받았다. 전날 개막식 전 간담회에서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미래세계 안드로이드에 관한 이야기지만,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면서 “인간 바깥에서 인간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흥미로워 이견 없이 개막작에 선정했다”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28일 전주 고사동 상영관 '전주돔'에서 닻을 올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 '애프터 양'을 연출한 재미교포 코고나다 감독이 축하 영상을 통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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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 맞춰 내한한 저스틴 H 민은 “초청해준 덕분에 6년 만에 한국에 왔다”면서 “어제 코고나다와 연락했는데 (일정상) 이번에 못 와서 매우 슬퍼했다. 이 영화는 우리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이 드러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양에게 그 자신의 정체성을 빗댔다. “한국 외모고 한국 음식을 사랑하고 한국말도 좀 해서 한국인이라 생각할 때가 있지만 사실 한국 역사를 잘 모르고 미국에서 자라 완벽한 한국인이라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며 “정체성 자체가 복잡하고 평생 가져갈 숙제”라 했다.
Q : 대본을 비행기에서 처음 읽고 펑펑 울었다고.
A : “양이 극 중 아이의 오빠이자 일종의 하인 역할을 즐겁게 수행하는 걸 보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 부모 세대가 떠올랐다. 저희 어머니도 평생 세탁소를 하며 기쁘게 생활했다. 어려운 삶도 늘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양에게 감동했다.”
A : “앞으로 출연할 영화가 이만큼 좋을 수 있을까, 두려워질 만큼 대단한 경험이었다. 모두가 열정을 갖고 스토리에 공감했다. 이전엔 비아시아계와 주로 작업했는데 같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과 작업하며 말 못 할 공감을 느꼈다.”
Q : 양은 로봇이지만 인간적이고 신비롭게 그려진다.
A : “어떤 장면은 인간적 면모를, 어떤 장면은 로봇 면모를 강조했는데 편집자가 아름답게 연결해줬다. 대신 이 로봇의 행동과 말의 의도를 의식하며 연기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물 마시고 화장실에 가는데 로봇으로서 의도를 하나하나 인지하고 행동한 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의도치 않게 감정이 북받쳐 운 장면은 감독님이 양이 울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느낌으로 교묘하게 편집하셨더라. 콜린 파렐이 어깨에 짊어지거나 양의 가슴 살갗을 연 장면은 저랑 똑같이 만든 모형이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 주연을 맡은 재미교포 2세 배우 저스틴 H 민을 29일 전북 전주 고사동 카페 토브에서 인터뷰했다. [사진 에코글로벌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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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이고 가족과 말없이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간직한다.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 엔데믹 시기 울림이 크다. “코고나다 감독과 침묵 그 자체의 힘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는 그는 “감정에 대한 연출 지시를 최소화해 배우로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면서 “보는 사람마다 다른 각도로 감정이 연결되는 영화다. 부모의 입장에 감동하거나, 입양아나 결손가정, 가족을 잃은 어려움을 공감한 분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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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스케줄 문제로 못해…한국 활동 기회 오길"
28일 '애프터 양'의 주연 배우 저스틴 민이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전주돔'에서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도중 영화 팬에게 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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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칸영화제 때는 제가 촬영 중이라 참여 못 했고 선댄스는 개막 2주 전 (비대면 전환해) 초청이 취소됐다”면서 “전주에서 관객과 영화를 보게 돼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간이 나면 한옥마을도 가고 아버지가 맛있다고 한 비빔밥도 먹어보려 합니다.”
올해 대면 개최한 전주영화제는 개막식부터 객석을 가득 채우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분위기였다. 영화제에 관객들에 몰리자 영화인들도 반가워했다. 올해 특별전을 열게 된 이창동 감독은 29일 간담회에서 “국내영화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거의 정상적 영화제로는 처음으로 하는데, 특별전이 이 영화제에 활기를 좀 더 살리는 데에 어떤 역할이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관객 반응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면서 "영화제는 영화산업의 활기와 연결돼있고 선도하는 거기 때문에 많은 영화인이 전주영화제를 주목하고 정말 영화인들이 관객이 고마운 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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