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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짜증 나는 '마스크 충돌'…과학방역 커녕 누가 봐도 정치방역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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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마스크를 두고 신구 권력 간의 충돌이 볼썽사나울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집무실 이전, 인사 등을 두고 충돌하더니 마스크 갈등까지 겹치며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마스크 충돌은 주거니 받거니 식으로 이어져 왔다. 지난달 15일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해제 필요성이 있으나 2주간 보고 재검토하겠다"며 이달 초 해제를 예고했다. 그러자 대통령직 인수위 안철수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안 위원장은 일주일 후에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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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연출해 촬영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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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약간 고민하는 듯했으나 2일부터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재차 "성급한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몇 시간 후 정은경 질병청장이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과학방역, 정치방역 논쟁으로 비화했다.


대통령 집무실 충돌 때처럼 이번에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벌써 새 정부가 시작됐나"라고 인수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인수위 홍경희 부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실외 마스크 해제가 시기상조임을 누누이 강조해왔다"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실외 마스크 논란은 인수위가 좀 과도하게 대응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종전 방역지침에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제한적이었다. 2m 거리두기가 힘든 경우, 즉 집회·행사·공연장만 의무적으로 써야 했다. 길이나 산책로, 공원, 산 등에서는 의무가 없었다. 남들이 쓰니까 무언의 압력을 느껴서 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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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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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의무를 둔 이유는 실외 감염 위험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실외에서 감염이 발생한 경우는 집회뿐이다. 그해 광복절의 광화문 집회 참여자(114명)와 경찰(3명)이 감염됐고, 2021년 7월 민주노총 집회에서 1명 감염됐다. 집회는 다소 문제가 있어서 방역 당국은 이번에 50명 이상 집회·공연 등은 착용 의무를 유지했다.

안철수 위원장이 반대한 이유는 확진자 상황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오늘도 확진자가 5만명, 사망자가 100명 이상 나왔다. 어떤 근거로 실외 마스크를 해제한 건지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게 해제 반대의 과학적 근거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확진자가 5만명 넘긴 하지만 최근 6주간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고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외 마스크를 해제한 시기를 비교하면 우리가 늦은 감이 있다. 지난달 25일 인구 100만명 당 한국의 주간 확진자는 1만484명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확진자가 발생하던 싱가포르(9503명)는 3월 29일 해제했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4일(1만 7508명), 프랑스는 2월 2일(3만1783명) 해제했다.

이제는 실외 마스크를 강제하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영국·일본 등은 실내 마스크마저 풀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중증질환자·면역저하자에게만 실외 마스크를 권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m 거리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 착용을 권고한다.

최근 중앙일보 기자가 호주·이스라엘 취재를 다녀왔다. 호주는 '봉쇄 방역'으로 악명높은 나라였다. 지난달 3일 호주는 '마스크 프리' 그 자체였다. 실내도 그랬다. 시드니(뉴사우스웨일스 주)와 멜버른(빅토리아 주)은 대중교통·공항·병원·요양원 등에만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다. 식당·카페 등에서도 안 쓴다.

지난달 8~1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예루살렘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아주 드물게 마스크를 쓴 사람과 마주쳤다.

인수위 코로나19 특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다른 나라가 이미 실외 마스크를 벗었다"며 "우리가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신구 권력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싸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과학적으로 판단하자면 실외 마스크를 벗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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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은경 청장의 "정치 방역 아니다"라는 발언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방역 당국은 두 차례 원칙 없이 사적 모임 인원과 식당 영업시간을 완화했다.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누가 봐도 정치 방역이었다.

안철수 위원장은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 방역을 강조한다. 하지만 과학 방역이 뭔지 명쾌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실외 마스크는 1~2m 빼곡하게 밀집했을 때를 제외하면 써야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실외 마스크 해제를 막으려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이고 정치 방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어환희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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