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C)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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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에너지 보복에 나서자, 유럽연합(EU)은 역내 가스 회사들에 "루블화 결제에 응하지 말라"고 권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유럽 일부 기업들은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이미 루블화로 지불했거나 루블화 결제를 위해 러시아 계좌를 개설하는 등 회원국간 '단일대오'에 균열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역내 가스 수입사를 겨냥, 계약서에 루블화 결제를 명시한 경우가 아닌 한 루블화 결제가 EU의 대(對)러시아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러시아 가스 관련) 우리 계약 전체의 대략 97%는 대금 결제가 유로나 달러로 이뤄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루블로 돈을 내라는 러시아 측의 요구는 일방적인 결정이며 계약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체들은 러시아의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대러시아 제재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당수 회원국들은 이같은 EU의 권고가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의 이 같은 요구에 이날 EU 대사들을 상대로 비공개 회의를 열어 루블화 결제와 관련한 지침의 세부 문구를 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유럽 기업 4곳이 이미 루블화로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에 대금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4곳의 기업이 EU 회원국 소속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Eni)를 비롯한 유럽 기업 최소 10곳이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 요구에 맞추기 위해 러시아 국영은행인 가스프롬은행에 계좌를 개설했거나,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개발한 북극해 인접 야말반도의 '보바넨코보' 가스전 전경/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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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내 가스 구입 업체들은 가스프롬은행에 각각 외국환과 루블화로 거래되는 2개의 계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방침이다. 가스프롬은행은 러시아산 가스를 구입하는 업체들이 지불하는 외화를 루블로 바꿔서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에 이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U가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주 발행한 질의응답 문서에는 러시아 측의 이런 결제 절차는 계약 위반이자, EU의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하지만, 가스프롬은행에 최초 납입이 유로나 달러로 이뤄진 경우 대금 결제가 유로나 달러로 이뤄졌다고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초 대금 지급이 유로나 달러로 이뤄진 뒤 추후 루블로 변환된 경우 러시아측이 이를 거래가 완료된 것으로 받아들일지도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EU 에너지 장관들은 내달 2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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