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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쪽박' 뻔한데…'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 강행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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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최근 15년 동안 영남권 최대 논란거리로 꼽히던 신공항 부지가 가덕도로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정부는 대형 국책사업의 '가성비'를 검증하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면제하겠다는 입장. 그런데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가덕도 신공항에서 거둘 수 있는 편익이 필요한 예산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드러났습니다. 애초 예상과 달리 사업비용 추정치는 13조 7천억 원으로 뛰어올랐고, 여객 수요는 반토박으로 줄었습니다. 여기에 어민 어업권 보상, 환경영향평가, 안전 문제 보완 방안 등을 고려하면 사업비용·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정치권이 지방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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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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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정부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판정이 내려진 가덕도 신공항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국가 정책적 추진사업으로 삼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을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비록 오는 29일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거쳐 예타 면제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지만, 이미 국가 정책 추진사업으로 확정된만큼 면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덕도 신공항, 경제성 사실상 '빵점' 재확인…그런데도 예타 면제?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예산과 거둬들일 성과를 비교하는 절차다. 예산 낭비, 사업 부실을 막기 위해 총사업비 500억 원, 국가 재정지원 300억 원 이상인 대규모 재정사업은 반드시 일정한 기준으로 검증하도록 한 제도다.

이러한 예타에서 비용편익분석(B/C) 결과가 1보다 낮아 비용보다 편익이 적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사실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사전타당성조사(이하 사타)에서 분석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51~0.58에 그쳤다. 공항을 지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니, 사실상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애초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던 부산시의 예상에 비해 여객 수요는 절반으로 줄었고, 사업비는 2배로 늘었다.

사타 결과에서 예상한 국제선 여객 수는 2336만 명 뿐으로 부산시 예측(4600만 명)보다 훨씬 낮게 추정됐다. 화물 수요 역시 28만 6천톤으로 예상돼 부산시가 주장한 63만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아시아 전체 승객 수요 평균치를 기준으로 봐서 너무 확장해서 계산했다"며 "아시아 전체로 보면 승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동남아권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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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대안 후보.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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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대안 후보. 국토교통부 제공​반면 사업비는 13조 7천억원으로 추정돼, 이 역시 부산시가 예상한 7조 5천억원의 2배에 가까웠다.

국토부는 부산시가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제시했던 공항 배치 방안에 대해 인근 김해공항과 진해 비행장을 이용하는 비행기와 부지 근처의 부산 신항을 오가는 선박의 안전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이를 물리쳤다.

또 "부산시는 단가 산출의 근거가 없어 확인할 수 없는 '낮은 단가'를 적용하여 검토해 사업비가 과소 산출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관련 지침에서 반영토록 한 예비비 등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당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가 산출했던 용역 조사 결과에서는 8조 3천억 원, 물가 인상분을 감안해 2020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9조 1천억 원 수준으로 사업비를 예상한 일도 있다. 심지어 당시 ADPi는 김해신공항, 밀양공항 등 다른 대안과 비교해 가덕도 신공항 방안에 가장 낮은 점수를 주며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과거 예상보다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당시 조사 이후 인근 가덕수도를 통해 2만 4천TEU급 대형 선박이 부산신항으로 운항하고 있고, 향후 3만TEU급 선박도 진해신항을 오갈 예정이 확정되면서 공항 높이를 높이는 등 추가 경비가 고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민 보상·환경 파괴 논란에 안전 문제까지…남은 과제도 험난


게다가 신공항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을 설득하려면 사업기간과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우선 공항을 짓고 항로를 설정하면서 발생할 어민들의 어업권에 대한 보상 문제는 언제 해결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바다 위에서 하는 공사 특성상 어선으로 조금만 방해해도 공기가 크게 늘어난다"며 보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차질없이 착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멸종위기종 동식물 80여 종이 살고 있고 생태자연·해양생태 1등급 지역인 가덕도를 개발하는 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된 제주2공항의 전례도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순수 해상(海上) 공항의 안전 문제도 골칫거리다. 최근 20년 동안 우리나라를 찾아온 태풍 26개 중 14개가 가덕도 및 부산 지역을 지났는데, 정부는 향후 안전성 확보 방안을 계속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로 보완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만약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예타 대상에서 면제된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혜택을 받았던 사업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2019년 당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23개 사업이 예타를 면제 받았는데, 이들 사업 예산을 모두 합쳐도 24조 1천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가덕도 신공항의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

여야 가릴 것 없는 신공항 약속…"지역 경제 위한다면 오히려 신중해야"


가덕도 신공항의 예타 면제를 약속하는 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미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통과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는 "신공항건설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 과정에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예타 면제를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 이처럼 정치권이 앞다투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권 지역의 '표'를 의식한 정치 논리일 뿐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가덕도 신공항이 예타 면제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25일 브리핑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승객과 물류가 아닌 표만 오가는 정치 공항'이라는 점을 정부 기관이 검증한 것"이라며 "예타 면제는 정부의 자가당착이자 무책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부산시를 넘어 영남권에서 15년 넘게 신공항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논리가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황용식 교수는 "무안공항도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낮은데도 무리하게 진행했다가 유령 공항 신세가 됐지 않느냐"며 "지역 경제를 위한다면 오히려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하면서 경제성이라는 본질이 퇴색됐다"며 "지형도, 입지 조건도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고, 제3자인 해외에서도 반대할 정도면 과감히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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