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거스를 수 없는 미래…금본위제 폐지만큼 심오한 혁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늘날 가상화폐는 디지털 금과 같다. 금태환을 중단한 1971년 닉슨 쇼크가 상품 통화의 종말이었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디지털 통화의 태동이다. 비트코인처럼 통화량을 유한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상화폐는 금융의 혁신인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인터넷에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해 물건을 주문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종이로 수표를 주고받고 있다. 비교해 보건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금융 현대화의 일부다. 특히 이더리움은 그 위에 스마트 계약이라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잠재력이 커 보인다. 우리는 이것을 탈중앙화 또는 금융의 웹3.0이라고 부른다. 분명 이는 미래 금융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에는 수많은 토큰들이 오가며 게임 내 권리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금융 거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일상일지 모르지만, 세계는 갈수록 한국을 따라하고 있다.

물론 비판이 있다는 것은 안다. 또 새로운 지불 시스템의 출현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은 거품을 통해 성장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국제결제은행(BIS) 경제고문·조사국장의 견해에 동의하지 못한다. 사실 신 교수와 나는 옥스퍼드대에서 룸메이트로 생활했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신 교수는 한 회의에서 "가상화폐는 돈이 아닌 투기 자산"이라며 "자금 세탁, 랜섬웨어 공격, 금융 범죄를 조장하는 데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처럼 중앙은행이 자체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고 촉진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한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을 보는 것 같다. 오늘날 인류는 가상화폐라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그 혁신을 방해하고 전면 막아서는 것은 미래를 위해 올바른 길이 아닐 것이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선에서 규제를 하는 것이 미래 통화의 태동을 위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금본위제의 잔해를 쓸어버린 혁명만큼이나, 오늘날 심오한 화폐 혁명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리 =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