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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 수용 한계에 달했다"...점점 좁아지는 우크라이나 '피난처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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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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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메디카 국경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들.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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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만3686명.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의 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난민 사태에 직면한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이례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는 지난달 4일부터 난민들에게 일정 수준의 주거와 의료·교육 서비스를 보장하도록 하는 ‘임시보호명령’을 발동시켰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망명 신청 없이도 최대 3년간 EU 회원국 어디에서든 머물 수 있게 보호막을 마련해준 것이다. 하지만 난민 수용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압박이 커지면서 유럽이 곧 이러한 환대의 동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인 나라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폴란드에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은 286만7241명이다. 한때 벨라루스를 통해 넘어오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 설치까지 승인했던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외국인에게 적대적이라는 평판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난민 수용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주거, 교육, 의료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리면서다.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은 “바르샤바는 한계에 달한 상태다. 우린 지금껏 난민 30만명을 수용했지만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바르샤바는 밀려오는 피란민으로 인구수가 15~2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샤스코프스키 시장은 “대중교통, 위생, 교육 등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커다란 압박이 작용하고 있다”며 외부 도움 없이 개인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철수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생겨나면서 난민 유입이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 공세를 강화하면서 난민이 다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크라쿠프시도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인구수가 20%나 늘면서 크라쿠프시는 호텔, 체육관, 쇼핑몰 등을 임시 수용소로 개조해 난민들이 머물 곳을 마련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야체크 마이흐로프스키 크라쿠프 시장은 “460만 달러 규모의 위기예비자금을 모두 소진했다. 시민들을 위해 준비했던 몫까지 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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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메디카 국경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들.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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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정부 차원의 난민 지원 정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디언은 23일 한 내부고발자를 인용해 영국 정부가 시행 중인 ‘우크라이나를 위한 집’ 난민 지원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실패하도록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그램 하에 일하는 직원들은 겨우 3시간짜리 교육만 받았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도 윗선에서 줄곧 묵살했다는 것이다. 내부고발자는 정부가 난민 정책에 관대한 인상을 주길 원하지만 실제로 유입되는 난민 수를 줄이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영국으로 건너오려는 우크라이나 가족 중 아이 한 명에게만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 식이다. 아이의 발이 묶여 있으니 나머지 가족원들은 비자를 발급받았어도 영국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5주만에 약 4만개의 비자가 발급됐지만 실제로 영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의 수는 6600명에 불과했다.

안전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난민 지원이 성매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세부터 60세 사이의 우크라이나 남성은 군대에 소집돼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난민의 90% 이상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UNHCR은 홀로 남은 여성 난민에게만 숙소를 제공하려는 독신 남성들이 있어 성착취가 우려된다며 영국 정부에 “보다 적절한 매칭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난민단체들도 우크라이나 난민 중 고아에게만 숙소를 제공하고 싶어하거나 아이를 돌볼 독신 여성을 찾는 사례들이 있다며 주택부 장관에게 지금과 같은 방식의 피란민 숙소 지원은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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