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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시류 편승, 망하는 길"…민주당 의원들 과거 檢사직 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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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와 여론에 편승해서 무책임한 결정을 하는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 그 길은 넓고 편한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망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인간 존엄과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양보를 무시한 채 무조건 폭력, 물리력을 앞세운 세력들이 법치를 무력하게 하는 가장 무서운 적

검찰 구성원 사직인사 글에 담긴 문구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 처리하려는 요즘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검찰 구성원들의 성토처럼 보이는 이 문구는, 사실 과거 이미 검찰을 떠난 이들이 남긴 글 속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런 사직인사를 쓴 이들은 공교롭게도 지금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돼 검수완박 법안의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안익수(40·변호사시험 3회)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22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e-pros)에 '가르침을 주는 사직인사 글이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 검사는 이 글에서 "(국회 안에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위장탈당 등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최근 국회 내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놓고 민주당이 직면한 '위장탈당' 논란을 언급한 것이다. 이 논란은 민주당이 당초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투입해 국민의힘 등 야당의 법안 저지를 무력화하려 했다가 양 의원의 반대 의견으로 그 길이 막히자 민형배 의원을 새로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 것을 일컫는다. 양 의원 대신 민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지정해 법안 통과에 나서겠다는 민주당을 향해 "상상을 초월하는 폭거(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졸속 강행할 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등 비판이 거세다.

안 검사는 "정의, 절차적 공정성, 양심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마지막까지 정의, 절차, 양심을 강조하신 사직인사 글이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고 썼다. 그는 이어 2018년 6월 검찰을 떠난 김회재(60·사법연수원 20기) 의원, 2011년 11월 사직한 백혜련(55·29기) 의원, 2013년 12월 사직한 소병철(64·15기) 의원이 과거 올린 사직인사 글을 아래에 공유했다.



"시류·여론 편승 풍조 경계해야…망하는 길" 했던 김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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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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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재 의원이 검찰을 떠나던 때는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및 경찰 수사 종결권 부여 등의 1차 검찰개혁이 추진되고 있던 때였다. 김 의원은 사직 당시 올린 글에서 "형식적이고 찰라적 개혁이 아닌 진정한 개혁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검찰이 사는 길이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류와 여론에 편승해서 무책임한 결정을 하는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 그 길은 넓고 편한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결코 모래 위에 집을 지어서는 안 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 집은 곧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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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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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사직한 백혜련 의원의 사직인사 글은 더 매섭다. 백 의원은 당시 대검찰청이 처리한 '검사의 직접수사 지침' 등에 반발하며 "절차상 공정성의 문제는 없었는지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면서 "일선의 심각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그 흔한 토론회 한 번 개최하지 아니하고 일방적으로 지침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그러면서 "정의란 정의로울 뿐만 아니라 정의롭게 보여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당시 백 의원의 지적은 지난 12일 검수완박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현재까지 물러섬 없이 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한 지금의 지적과 거의 똑같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현재 민주당을 향해 "공청회, 여론수렴 등을 통한 국민의 공감대와 여야 합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지난 17일 사직서 제출 당시 입장문)"고 호소하고 있다. 입법 주체인 국회가 외면한 공론화는 지난 21일 대한변협의 토론회와 이날 대검찰청의 공청회 등 외부 기관에 의해 먼저 열렸다.



2013년 소병철 "물리력 앞세운 세력, 가장 무서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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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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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사의를 표명한 소병철 의원의 당시 사직인사도 지금의 민주당을 향한 부메랑처럼 읽힌다. 소 의원은 당시 "인간 존엄과 자유민주주의 헌법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양보를 무시한 채 무조건 폭력, 물리력을 앞세운 세력들이 법치를 무력하게 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썼다.

김 의원과 소 의원 등은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한다는 본심을 주변에 전하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가 주도하는 현재 당내 분위기상 자기 의견을 소신 있게 밝히는 데는 심적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개정안 내용 일부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무리수다, 국민들의 시선이 두렵다(조응천 의원)"는 등 소수 소신파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간간히 터져나오고 있다.

백 의원은 검사로 재직했던 2006년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 새삼 거론되고 있다. 당시 그는 검사로서 "검사스럽다는 말이 최대의 욕인 시기도 있었잖나"라며 "정말로 무엇을 우리(검사)가 그렇게 잘못했기에, 나름대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가진 역량만큼은 국민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라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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