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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스타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 목소리 내야"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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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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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들의 음반들/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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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이던 2020년 6월 재선을 노리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객석의 3분의 2 가량이 빈 상태에서 연설해야 했다. ‘아미’로 불리는 방탄소년단(BTS) 팬들이 선거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유세 입장권을 등록했다가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발언을 문제삼았다.

4개월 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전쟁이 발생하자 아르메니아 10대들이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리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우리를 끝낼 것이다”라고 한글로 또박또박 적은 피켓을 든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들은 전 세계인들에게 반전 메세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를 원해 K팝 팬들에게 익숙한 한글 피켓시위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K팝으로 불리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각국에서 인권옹호와 정치적 저항의 상징이 됐다는 평가는 몇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K팝 팬들은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데다 젊고 소셜미디어 활용에 능해 정치적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으로 각국에서 정평이 나 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소장 등은 이처럼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인 K팝 팬들에 비해 한국의 K팝 스타들은 인권 등 국제적 이슈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18일(현지시간) ‘K팝 스타들이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라는 제목의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공동 기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일 열린 2022년 그래미 시상식은 K팝 스타들의 소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시상식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는 연설이 녹화 중계됐다. 빌리 아일리시나 엘튼 존 등 전 세계의 뮤지션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세계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K팝 아이돌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름에 귀를 기울였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 성소수자 인권,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의제에 미국의 유명인사들은 솔직하게 발언하는데 한국 아이돌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또 “BTS와 같은 톱스타만이 사안에 의견을 말할 여유가 있고 그 조차 드문 일이다. 패션 아이템으로 조용히 지지를 표하거나 대기오염, 동물권 등 비교적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제를 택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K팝 아이돌의 침묵은 세계적으로 인권 옹호의 강력한 지지층으로 등장한 팬들의 성향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기획사가 스타들에게 팬들이 떨어져나갈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피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소장은 “K팝이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침묵을 깨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성소수자나 소수인종 등 K팝 팬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책임을 요구하며 스타들의 권리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K팝 스타들은 팬들의 권리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건 기대감에 부응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K팝의 위상이 워낙 강력해 몇몇 팬들이 등을 돌리더라도 글로벌 지배력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공산당이 BTS를 공격해 자국 내 국수주의 여론을 결집하려다 실패한 일을 예로 꼽았다. 신 소장은 “K팝 스타들이 미국 스타들처럼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활발하게 될 필요는 없다”면서도 “K팝은 이제 인권운동을 지지할 수 있는 위치에 왔다. 이를 활용하는 일이 K팝이 더 존경받고 글로벌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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