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베팅 허점 파고든 투자 기승
5억도 안하던 자산운용사 몸값
매수세 붙으며 25억까지 치솟아
"강남 사모님들이 기업공개(IPO)에 기관투자자로 들어가려고 자산운용사를 사겠다고 나서면서 2억~3억원이던 몸값이 25억원까지 올랐습니다."(한 IB업계 관계자)
지난해 IPO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개미들이 너도나도 공모주 청약에 뛰어들자 슈퍼리치(고액자산가)들이 아예 자산운용사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청약증거금이 없어 '묻지마 뻥튀기 청약'을 통해 공모주를 대거 배정받을 수 있어 일부 자산가들이 이를 악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IB업계에 따르면 IPO 공모 청약의 경우 자산운용사, 증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등 기관들이 직접 투자하는 방법, 기관들이 공모주 펀드를 만들어서 간접투자하는 방법, 개인이 직접 공모주 청약에 들어가는 방법 등 3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거 IPO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경우 자산가들은 직접 공모주 청약에 들어가 수십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넣어 물량을 대거 받아 높은 수익을 냈다. 하지만 최근에는 SK바이오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IPO 시장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청약경쟁률이 높아지자 공모주 청약으로는 물량을 받기가 쉽지 않아졌다. 또 정부가 균등배분 방식을 도입하고 중복청약을 막으면서 자산가들이 아무리 수십억, 수백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내더라도 받을 수 있는 물량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에는 자산가들이 공모주 배정 혜택이 있는 공모주펀드에 대거 뛰어들기 시작했다. 하이브(빅히트), 카카오게임즈,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IPO 대어들에 투자했다. 하지만 공모주펀드의 경우도 공모주보다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채권혼합형펀드가 대다수고 '무늬만 공모주 펀드'도 많아 수익률이 생각보다 저조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강남 사모님들 2~3명이 모여 20억~30억원을 모아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기관투자자로 IPO 공모시장에 뛰어든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청약증거금이 없어 '오버베팅'을 통해 공모물량을 대거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의 경우 340개 정도 되는데 인허가를 받기가 까다롭고 시간도 걸리다 보니 자산가들이 회사를 설립하기보다는 인수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빚을 떠안는 조건으로 2억~3억원 정도면 자산운용사 하나를 인수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프리미엄이 붙어 25억원은 줘야 인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자산운용사와 강남 자산가들을 이어주는 브로커들이 수수료를 받고 딜을 성사시켜주고 본인이 직접 운용사 대표를 맡아 공모주 청약을 돕는 경우도 있다"며 "알짜 공모주 청약의 경우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전혀 없고, 펀드로 들어간 자금은 바로 엑시트가 가능한 만큼 지난해 자산가들의 관심이 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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