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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단독] 尹정부, 자사고·외고 살린다…文정책 '고교학점제'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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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를 존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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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윤 당선인 취임 후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이하 ‘자사고 등’)를 존치할 수 있도록 설립근거를 마련하는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키로 최근 결정했다.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별도의 국회 동의 절차 없이 효력을 갖게 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조국 사태’ 직후인 2020년 2월 자사고 등의 설립근거를 삭제하는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등은 2025년까지 모두 폐지되고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사교육을 심화하고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이에 대해 24개 자사고ㆍ국제고 학교법인이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같은 해 5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교육계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그간 자사고 등의 존치를 직접 주장하지는 않았다. 대신 대선 후보 시절 '고교 교육과정 다양화'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방송인 홍진경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을 당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양성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고등학교 갈 때는 아예 학교들을 기술고, 예술고, 과학고 등으로 좀 나눠야 한다. 공교육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더 큰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보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도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 학생의 학교 선택권 확대가 추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도 13일 후보자 지명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사고는 기능상 유지하거나 존속하는 차원의 교육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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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유튜브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에서 고등학교 진학 시에는 학생의 관심 분야를 살려 특성화된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장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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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인 고교학점제는 그대로 도입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시작해 2025년 전면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윤 당선인 취임 후 고교학점제 도입이 중지되거나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해온 만큼 고교학점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다만 도입 시기는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교사 확충 필요성, 입시제도 변경 등 고교학점제 도입이 불러올 연쇄적인 파장을 고려할 때 2025년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는 고교학점제 도입 등 교육과정 전반에 대해 7월에 출범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가 검토하도록 할 예정이다.

반면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AI(인공지능)ㆍSW(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는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전망이다. 당초 윤 당선인은 초ㆍ중등 교육과정에서 AI 교육을 필수화하고 이를 대학입시에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교원 양성 등의 문제로 이 같은 방안을 임기 내에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대신 인수위는 온라인 코딩교육 강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자사고 존치에 전문가 의견 갈려=한국교원총연합회 이재곤 정책본부장은 “다양한 고교 체계가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대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반영하는 창구가 필요한데, 그간 주전자에 물이 막 끓는데 뚜껑으로 꽉 막아놓은 상태였다”며 “최대한 학교에 자유를 주고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자사고만 폐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결국 부잣집 자녀들끼리 모여서 공부를 하게 되는 건데, 그게 지금 국민들의 법 감정이나 정서에 부합한지 의문”이라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전면 폐지를 결정한 지 2년 만에 다시 시행령을 개정해 존치를 결정하는 데 대해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남기 교수는 “지금 자사고 등의 폐지와 관련해 진행 중인 위헌 소송의 핵심은 시행령으로 고등학교 체계를 바꾸는 건 교육 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지켜본 뒤 법을 제ㆍ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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