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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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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국민들 檢 공정성 의문"…김오수 앞 검수완박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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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반발해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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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친 김오수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복귀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 추진으로 인한 갈등 상황을 논의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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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김 총장과 만나 “강제수사와 기소는 국가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고, 따라서 피해자나 피의자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검수완박에 대해 “국회의 시간”이라는 것 외에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이날 발언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공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김 총장에게 2년 임기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것이 임기제의 이유”라며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개혁은 검ㆍ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하고,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고 했다. 검찰에는 자구책을, 국회에는 ‘국민을 위한 입법’을 요구하며 검찰의 자구책을 가지고 민주당과 이견을 좁힐 시간을 갖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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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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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김 총장에게 사실상 자구책을 낼 것을 요청한 것을 놓고 “김 총장의 면담을 수용하면서 검찰의 주장을 들어주는 모습을 취했지만 검수완박 입법을 위한 명분쌓기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일관된 생각을 가져왔다”며 “이날 면담도 검찰도 반대만 하지 말고 납득할만한 자구책을 제시하라는 뜻일 뿐 개혁을 거부하는 검찰의 주장을 수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도 검찰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검찰의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대될 수도 있다”며 “민주당도 논란 속에서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것보다 검찰의 자구책을 들어본 뒤 입법을 추진하는 쪽이 강행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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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 관련 법사위 소위원회가 열리는 18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실에 진교훈(오른쪽부터) 경찰청 차장, 강성국 법무부 차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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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박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김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법률안 내용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단순히 법률안에 대해 반대만 한 게 아니라 대안도 제시했다”며 “김 총장은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고, 문 대통령은 경청했다”고 밝혔다. 70분간의 면담에서 검찰의 자체 개혁안이 일부 개진됐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김 총장이 제시한 자구책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면담은 전날 김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이러한 신속한 대응에 대해 정치권에선 “임기말 검찰의 집단반발에 대한 부담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여권의 고위 인사는 “문 대통령이 검찰의 집단 반발 속에서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것은 물론, 김 총장의 조기 사퇴 자체도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이라며 “특히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점 역시 문 대통령이 김 총장과의 사퇴를 일단 막아선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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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원내대표 - 법사위원 긴급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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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임기 2년 중 아직 13개월 남겨놓고 있다. 만약 김 총장이 조기 사퇴할 경우 사정(司正)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윤석열 정부의 첫해 검찰은 윤 당선인이 지명한 검찰총장이 이끌게 될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주당이 당장 이날 법사위 소위를 가동하는 등 사안의 시급함 때문에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의 거취에 대한 의사 결정을 서두른 것이 사실”이라며 “이날 사표 반려와 면담은 검찰과 민주당에 동시에 보내는 메시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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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날 면담으로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는 이가 많지 않다. 민주당은 면담 결과와 무관하게 법사위 소위를 가동시켜 검수완박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이 예고한대로 4월 임시국회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강행처리될 경우, 문 대통령은 재차 검찰과 야당의 반발 속에서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될 수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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