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 공약서 후퇴... 유가 급등 탓
미국 뉴멕시코주의 한 유전에서 석유를 퍼 올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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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선 공약을 깨고 석유와 가스 시추를 위한 연방정부 보유 토지의 공공부지 임대를 재개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이 공약 철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기업들이 공공부지에서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경우 정부에 부담하는 부담금을 대폭 인상한다고 했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 내무부는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다음 주부터 173개 구획 임대를 위한 경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상 지역은 와이오밍ㆍ콜로라도ㆍ유타ㆍ뉴멕시코ㆍ몬태나ㆍ앨라배마ㆍ네바다ㆍ노스다코타ㆍ오클라호마주(州) 등 9개 주에 걸친 약 14만4,000에이커(약 580㎢) 면적이다. 내무부는 업계의 요구안인 646개 구획, 총 73만3,000에이커 임대를 검토했으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20%만을 임대 대상 구역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임대 면적 축소에 더해 업체들의 부담금 비율도 전체 채굴 이익의 12.5%였던 기존 비율에 비해 18.75%로 껑충 뛰었다. 이는 1920년대 연방정부가 석유 및 가스 채굴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한 후 첫 인상이다. 뎁 할랜드 내무부 장관은 “공공 토지와 수역을 관리하는 방법은 국가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및 미래 세대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자원을 가장 최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및 대상을 재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에서 새로운 석유 시추를 막고 탄소배출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취임 첫날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절차를 시작하는 문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또 취임 1주일 만인 지난해 1월 27일에는 화석연료 채굴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부지 신규 임대를 금지했다. 하지만 1년 2개월여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은 끝을 모르고 오르는 에너지 가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에너지 수요가 폭증했고,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초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따른 유가 상승을 잡기 위해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조차도 에너지 가격을 붙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정부는 일단 기업의 석유 채굴 부담금으로 환경 문제 대응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석유·가스 시추에 대한 정부의 로열티로 재무부에 지급된 규모는 연간 15억~30억 달러에 달했다. 부담금이 50% 인상된 만큼 추가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 및 가스 수급 문제를 해결하면서 예상되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무마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공공부지에서 시추하는 회사는 아메리카원주민 부족과의 협의, 온실가스 배출 분석을 위한 첨단 장비 사용 등의 조건도 준수해야 한다는 전제도 내걸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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