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검찰·언론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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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걸 "진단·처방 따로…수사권 박탈 잘못"
"입법권이 없는 국회가 국회가 아니듯 수사권이 없는 검찰은 검찰이 아닙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제주지검장·전주지검장을 지낸 윤웅걸(56·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평산' 대표 변호사의 말이다. 윤 전 검사장은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잘못 행사했다고 해서 권한 자체를 빼앗는 건 잘못"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잘못된 입법을 한다고 의회의 입법권을 박탈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전직 검사장들도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 외 171명 소속 의원 전원 발의로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제주지검장·전주지검장을 지낸 윤웅걸(56·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평산' 대표 변호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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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권력 잃으면 가혹하게 수사…공정성 상실"
그는 우리나라 검찰의 문제를 진단하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상실'을 꼽았다. "권력을 쥔 사람들에 대해선 수사를 못하고 권력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선 가혹하게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처방을 내놔야지 수사권을 몰수하는 건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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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체…권력 수사 막는 결과 초래"
윤 전 검사장은 "현직 시절 포토라인 세우기와 피의사실 흘리기, 수갑 채우기 등 피의자를 압박하는 검찰 수사 관행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검수완박은 검찰을 해체해 권력을 쥔 사람들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 사법체계를 하루아침에 뒤바꾸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전주지검장·울산지검장을 지낸 송인택(59·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무영' 대표 변호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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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택 "5년간 민주당 손대지 말라는 얘기"
전주지검장·울산지검장을 지낸 송인택(59·사법연수원 21기) 법무법인 '무영' 대표 변호사도 "민주당의 속내는 이번 대선에서 졌지만,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뺏어오기 전까지 5년간은 우리에게 손 대지 말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검찰에서는 경찰 등 수사의 당부(當否)만 판단하고 공판이나 들어가라는 게 검수완박의 취지"라고도 했다.
송 전 검사장은 2018년 울산경찰청이 직권남용·뇌물수수 혐의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측근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2019년 3월 모두 '혐의없음' 처분한 바 있다. 울산지검은 당시 95쪽에 달하는 불기소 결정문을 통해 "수사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수사권 남용의 논란을 야기한 수사"라고 지적했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하명을 받고 김 전 시장을 수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30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후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검찰 내부 젊은 검사들, 여성 검사들, 형사부·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 신뢰를 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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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통령 뜻 따라 마구 수사할 것"
송 전 검사장은 "민주당의 의도와 달리 경찰은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과 집권당 뜻에 따라 마구 수사할 것"이라며 "검찰을 바로 세우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를 못하게 하고, 기소든 불기소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제도는 민주당의 안위가 아닌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국가 제도"라며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올바른 국정 수행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건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짐을 주는 행동"이라며 "대통령의 뜻과 다르다면 이것(검수완박)을 안고 자폭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을 법리와 정의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하고, 국회에서 부결되면 민주당은 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대통령께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검찰 수사 기능 전면 폐지 법안과 관련한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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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론 분열 방치 말고 입장 밝혀야"
헌법 53조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고, 이의가 있을 때는 15일 안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을 때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률안이 확정된다.
그는 "문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이 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 있다"며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국론 분열과 혼란을 방치하지 말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하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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