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플레 쇼크에 백기
지난달 소비자물가 8.5% 치솟자
高에탄올 휘발유 판매 한시적 허용
여름철 사용시 스모그 악화 우려
英도 비상···물가 30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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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5%라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자신의 핵심 공약인 친환경 정책을 포기하고 나섰다. 지금과 같은 고물가가 올해 내내 이어진다는 전망 속에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짙어지자 국정 운영 기조까지 바꾸며 물가 안정을 위한 총력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6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15%의 에탄올이 함유된 'E15' 휘발유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E15는 미국에서 팔리는 에탄올 함유 10% 휘발유에 비해 저렴하지만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아 여름철에는 통상 판매를 금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의 에탄올 생산 시설인 포엣LLC를 방문해 "휘발유에 에탄올을 10% 또는 15% 이상 첨가하면 휘발유 공급이 늘어나게 돼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소비자들이 휘발유 선택권을 갖게 되면 공급자 간 경쟁을 불러일으켜 소비자가격을 낮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휘발유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내 15만 개 이상 주유소 중 E15를 판매하는 곳은 2300곳에 불과하다. 에탄올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가격 상승을 부추겨 전반적인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기후변화 대응을 국정 우선순위로 내세웠던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인 1억 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데 이어 또다시 정책 기조를 스스로 깨버린 사례로 남게 됐다.
예상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E15 판매 허용 조치를 감행하는 것은 바이든 정부가 그만큼 지금의 물가 상승을 심각한 당면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에너지 금수 조치로 미국 내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3월 미국 CPI 상승률이 1981년 12월(8.9%) 이후 최고로 치솟자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바이든 행정부가 제때 충분히 빠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탓"이라며 "현재 인플레이션이 전쟁으로 인한 새로운 현상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해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WSJ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유권자들은 물가 상승에 좌절하고 있고 민주당 측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물가 이슈로 패배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가가 3~4월에 정점을 찍더라도 연말까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교수는 “8.5%가 고점일 수도 있지만 6~7%의 물가 상승률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유가와 가스·렌털비 등 물가를 끌어올릴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5월 회의 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6.6%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의 41.7% 대비 2배 이상 뛰어오른 수치다.
치솟는 물가에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준이 경제를 위축시킬 만큼의 금리 인상 없이 물가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은 “판타지”에 불과하다며 연준이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신뢰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13일 영국 정부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7.0%로 1992년 3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2월 물가 상승률은 6.2였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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