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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사설]윤석열-박근혜 만남, 정치 아닌 예방으로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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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해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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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을 50분가량 만났다.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을 방문한 윤 당선인이 대구 달성군 자택을 찾는 형식이었다. 윤 당선인은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느냐.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다 말씀드렸다”고 했다. 실제 “참 면목 없다. 늘 죄송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식 참석 요청에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둘은 약 10년에 걸친 악연으로 얽혀 있다.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첫해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당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화제를 모았다. 탄핵 정국 때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공소 유지를 지휘한 당사자다. 그랬다가 차기 대통령과 4년 8개월 복역 후 특별 사면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마주 앉은 것이다.

윤 당선인으로선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개인 차원이건 정치인 차원이건 한 번은 거쳐야 했을 통과의례였을지 모른다. 단순히 인간적인 미안함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박 전 대통령과의 구원(舊怨)을 털어내려는 모습 자체가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그간 쌓인 응어리를 푸는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를 폄훼할 일은 아니다. 다만 만남은 만남 그 자체로 끝나야지 서로 지나치게 정치적, 정략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

실제로 6월 지방선거를 50일 정도 앞둔 시점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지역 순회를 하는 것을 두고 선거용 행보 아니냐는 논란을 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갈 때도 저의 곁에서 함께 참아냈다”는 육성까지 공개했다. 혹시라도 둘의 만남이 경선에 영향을 주는 쪽으로 이어지면 당내 분란만 초래할 수 있다. 둘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속 깊은 얘기’도 나눴다고 한다. 공연한 궁금증과 추측을 유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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