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강행처리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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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수사권 관련 법안에 대한 청와대의 별도 입장은 없다”며 “국회에서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먼저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청와대는 국회 논의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며 “과거 코로나 대응 등 시급한 현안을 앞두고 국회가 파행될 것을 우려한 문 대통령이 여당에 신중한 접근을 요청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실제 검수완박 입법이 추진되던 지난해 2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문 대통령께서 (검찰개혁에 대한) 속도조절 당부를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 실장은 당시 회의 말미에 “문 대통령이 ‘속도조절’이라는 표현을 한 게 아니라 현재의 검찰개혁이 잘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한 것”이라고 발언을 정정했지만 그의 말은 신중론을 당부한 문 대통령의 입장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언론재갈법’으로 불린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할 움직임을 보였을 때는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법안 강행처리 계획을 철회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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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지금이 1953년 이후 70년 동안 왜곡된 법조 시스템을 바로잡을 유일한 기회”라며 “(5월 3일)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전의 배경과 관련해선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취임하면 검찰의 제도개혁은 5년동안 물 건너간다”며 “(윤 당선인은)당연히 그렇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김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할지 결정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총회를 앞두고 “긴 하루가 될 것 같다”며 “현명한 결정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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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위원장이 언급한 5월 3일은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예정된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 전에 법률안 공포까지 마무리해, 윤 당선인이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12일 서울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검수완박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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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의 강행 처리 기조에 대해 국민의힘은 물론 진보 성향의 정의당까지 “시기와 절차, 내용 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여영국 대표)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하자 “다가올 지방선거와 2년 뒤 총선에서 반드시 자승자박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끝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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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원내대변인은 “검수완박이 정말 필요했다면 민주당은 작년 1월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검수완박을 추진했어야 했다”며 “그때와 지금의 유일한 차이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겼다는 사실 뿐인데, 결국 검수완박 강행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고문을 지키기 위한 방탄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이 4월 강행 처리를 한다면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며 “정의당과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대해 적극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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