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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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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靑 안보실도 슬림화해야..중요한건 계급 아닌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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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선 청와대 슬림화와 함께 국가안보실 조직도 줄이고 직급도 낮춰야 합니다. 중요한 건 참모의 계급이 아니라 실질적 소통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않고 외교안보 담당 참모와 관련 부처 장관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출간한 자신의 첫 저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박영사)와 이를 계기로 한 7일 중앙일보와 유선 인터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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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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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장, 차관급으로 낮춰야"



천 이사장은 "국가안보실장의 직급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 2년여간 외교안보수석(차관급)을 지냈다. 그는 "현재 장관급 국가안보실장 아래 수석급 차장 2명 이상을 두게 돼 있는데, 복수의 차장 간 업무가 이원화돼 영역 다툼이 일어나거나 같은 현안을 두고 혼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국가안보실은 실장 산하에 국방 담당 1차장과 외교 담당 2차장을 두고 있는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차장 간 업무 편제를 뒤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도 "대통령은 내각 위에 있더라도 대통령 비서까지 장관보다 높은 사람을 세울 필요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한 명의 차관급 수석 밑에 비서관 세네명 정도만 둬 조직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원 개혁 필요성도 지적했다. 저서에서 그는 "국정원이 정책ㆍ정보를 겸업하면서 정보의 신뢰성, 객관성을 해치고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대북 정책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가치 있는 대북 정보를 통일부와 공유하는 데 인색하며 사실상 한국에 두 개의 통일부가 있는 격"이라고도 했다.

통일부에 대해선 "보수 정부로 교체 때마다 실존적 위기를 겪는다"며 "국정원의 대북 정책 조직을 흡수해 제대로 역할 할 기회를 주고, 현재 유명무실한 이북5도위원회 등과 연계해 기능ㆍ직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교부에 대해선 "통상 교섭권을 돌려받아, 경제 안보가 핵심 과제인 시대에 통상과 외교와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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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2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ㆍ미ㆍ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천영우 당시 수석대표(현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저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박영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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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언급 확대 해석해 美 오도"



천 이사장은 본인의 전공인 북핵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6년 2월부터 2년여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다. 2007년 6차 6자회담에서 타결됐던 2ㆍ13 합의도 그의 공이 컸다.

그는 "(2018년) 정의용 대북특사(현 외교부 장관)가 김정은의 언급을 확대 해석하고 왜곡해 전달한 것이 미국을 오도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말한 '조선반도 비핵화'는 한ㆍ미 양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결렬로 끝났던 2019년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영변 핵시설의 가치를 과대평가함으로써 북한의 오판을 초래해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며 "북한의 기대 수준을 높이는 것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추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나는 6자회담 당시 북한 수석대표였던 김계관(현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게 '될 것'과 '안 될 것'을 분명하게 구분해 얘기를 해줬고, 이때문에 이야기가 더 잘 통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북ㆍ미 모두의 말귀를 못 알아듣고, 듣고 싶은 말만 듣다 보니 양쪽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인 미국과, 주적인 북한 사이의 '중재자'라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한국은 양측 소통의 '촉진자'가 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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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8일 도쿄 아카사카프린스호텔에서 열린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한 김계관 대표와 악수하는 천영우 당시 수석대표(현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저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박영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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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처음부터 핵 포기 의사 없었다"



그는 저서에서 "북한은 처음부터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며 "핵무기가 가장 가성비 높은 대항 수단이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북한이 2018년 대외 협상에 나온 이유에 대해선 "2017년 12월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대미 협상력은 최고 수준이 됐고 핵무장의 손익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핵화를 거부하여 계속 제재와 고립에 시달리는 비용보다 핵 능력의 일부라도 포기하고 그 보상으로 경제 발전 목표를 달성한 뒤 핵 능력 증강을 재개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비핵화 해법에 대해선 "북한과 외상 거래는 안 된다는 원칙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는 선불로 챙기고 비핵화 의무는 후불로 이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어 현실적인 해법은 "단계적 접근과 동시행동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안미경중은 탁상공론"



천 이사장은 최근 격화되는 미ㆍ중 패권 경쟁과 관련해 "안보는 미국을, 경제는 중국을 선택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은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이라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가 되겠다거나 중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현실 도피적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종합적으로 국익을 판단해, 한국 국익의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경제 문제는 피부에 와닿지만 안보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져, 대부분 경우 경제가 우선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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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13합의’ 발표 후 6자회담 수석대표 기념 촬영. 왼쪽부터 일본의 사사에 겐이치로, 천영우 당시 한국 측 수석대표(현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북한의 김계관, 중국의 우다웨이,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저서 대통령의 『외교안보 어젠다』(박영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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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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