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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하원의장과 법무장관…일상 복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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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낸시 펠로시, 메릭 갈런드, 지나 러몬도, 애덤 시프.

미국 하원의장, 법무장관, 상무장관, 하원 정보위원장 등 기라성 같은 직함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국을 이끄는 핵심 인사들. 권력의 정점에 선 사람들. 이들의 말 한마디에 미국의 주요 정책이 좌지우지되고 세계가 움직인다.

그리고 모두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펠로시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몇년 만에 부활한 주말 디너파티에 참석했다가 감염됐다. 일상 복귀의 역설이다.

사실 미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은 딱히 공포스러운 일은 아니다. '감기에 걸렸어' 정도의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여러 차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재택근무를 반복하고 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주요 내각 인사와 정치인들도 코로나19 양성 판정 사실을 빈번하게 알려왔다.

이들이 내놓는 성명도 그래서인지 이른바 '복붙'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기시감이 든다.

성명은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부스터까지 마쳤다는 사실 확인에서 출발해 경미한 증상만을 앓고 있다는 상태 기술로 이어진다. 이들은 항상 백신 접종을 마친 사실에 감사한 뒤 반드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당부로 마무리한다.

이후 대응도 마찬가지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을 따르는 외에 이렇다 할 가감이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관돼도 동일하다.

일례로 펠로시 하원의장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같은 기자회견장에 동반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아찔한 상황이지만,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한 만큼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

백악관도 바이든 대통령은 CDC 분류상 밀접 접촉자가 아니라며 음성 검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외에 별다른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가 상대적으로 일찍 정점을 찍은 미국은 하루가 다르게 일상으로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여전히 하루 감염자 수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묵직해진다.

다만 우리보다 앞서 엔데믹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워싱턴의 상황은 몇몇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 있지 않나 싶다.

특히 방역 조치 완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하는 감염 사례에 대한 여유 있는 대응은 되새겨봄 직하다.

정가 핵심 인사를 포함해 이른바 상류층이 디너파티를 벌이다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면, 그 자체로 자극적인 소재이지만 당장 직접적인 비판이 쇄도하지 않는 상황 같은 것들 말이다.

사회적 계층을 한국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기력하게 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미국의 문화를 감안하더라도 제도가 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라면 개인의 선택을 인정하는 관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듯싶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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