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연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율을 비교하는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습니다. 임기를 한 달여 남겨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취임을 앞둔 윤 당선인에 대한 국정기대도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탓인데요. 지난달 말 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6.7%를 기록해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기대도 46.0%를 넘어서는 일까지 벌어졌죠.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국정의 방향을 구상하는 데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6월 지방선거도 코앞이어서 지지율 문제를 뒷전으로 미뤄두기도 힘들죠.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의 지지율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대부분은 인터뷰 도중 언론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접어든 대통령에게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은 마지못해 대답하는 내용들인데요. 마침 임기 초반부터 심각한 지지율 하락을 겪었던 사례도 등장해 요즘 상황에 대입해보면 꽤나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FTA무역종합지원센터 방문(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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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이후에야 논의되기 시작한 대통령 지지율
독자분들도 예상했을 수 있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 때까지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급한 사례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요즘보다 지지율이 덜 중요했을 테고,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지지율 하락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모습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본격적으로 지지율에 대한 질문이 등장하는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입니다. 1995년 영남일보 창간 50주년 회견에서 영남 지역의 지지율 하락세에 관한 질문을 받고 김 전 대통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부, 여당에 좀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따가운 채찍질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 고장의 여러분들이 지역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다시 한번 힘과 뜻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청와대 출입기자 송년간담회에서 지지율 하락세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 이 모든 것을 수습하는 데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국민의 비판을 받는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임기 내내 지지율 문제 시달린 盧…말년엔 "나름 열심히 했는데 이제 신경 안쓸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낮은 지지율에 대한 질문을 유독 많이 받은 편인데요. 진보 진영에서 배출한 대통령인데도 한미 FTA를 추진하는 등 '집토끼'를 떠나게 하는 정책을 많이 펴는 바람에 임기 초중반부터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탓입니다.
각종 연설문에도 지지율이 낮아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납니다만, 그럼에도 정책을 소신껏 펼쳐나가겠다는 주장들이 눈에 띕니다.
2006년 '취임 3주년을 맞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에는 "올해부터는 대통령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양극화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한미 FTA 추진으로 난관에 봉착했던 2007년에는 오히려 더욱 강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2007년 '취임 4주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는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도 한미 FTA와 개헌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지도가 낮은 대통령이 제기한 것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지지가 높은 대통령이 제기한 것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율을 포기한 것이냐는 질문까지 받고는 "아무리 노력해도,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인지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해 봤는데 안 되니까 이제 그것 신경 안 쓰고 그냥 제 양심껏 국민들에게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소신껏 가겠다는 것"이라며 "사랑을 포기했다거나 무시한다거나 하는 말들은 모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미FTA 관련 특별담화(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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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대선 압승→지지율 급락 MB "많이 갈등했지만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할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17대 대선에서 상대였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꺾고 2008년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그러나 취임 직후부터 광우병 파동을 비롯한 한미 FTA 논란에 휩싸이며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는데요.
이 전 대통령은 FTA 재협상에 나서라는 여론을 정면돌파하기로 결정하고 2008년 6월 특별 기자회견에 나섭니다. 그는 이 회견에서 "이것이 국내 문제라면 벌써 그렇게(재협상) 했을 것이다.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재협상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달 뒤 야후닷컴(yahoo.com)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지지도 문제는 역사적으로 영국의 대처 총리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초기에 나보다 더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과는 좋았던 것을 보면서 그렇게 위로를 받고 있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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