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제한에 직재료 값 상승까지
"주류도 인상…배달비마저 올라"
연말까지 상승세 우려에 사재기도
주말인 20일 서울 명동 한 식당에 폐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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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럴 바엔 문을 닫는 게 더 낫겠어요." 서울 강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진승권씨(35·가명)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지난해 대비 식용유 값이 두 배 가까이 뛰면서 도저히 이익이 남지 않아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을 땐 영업 제한으로 손님이 줄었는데, 이제 영업 제한이 풀릴 기미가 보이자 식재료 값 급등이 문제가 됐다. 진씨는 "아르바이트생도 진작에 그만뒀고, 혼자 일하는데도 인건비만 겨우 건질 정도"라면서 "밀가루, 식용유 등 재료비를 비롯해 안 오르는 게 없는데 앞으로 어떡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식재료 값이 연일 급등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내내 겪어온 영업제한에 이어 올해 들어 식재료 값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벼랑 끝에 선 상황이다.
8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은 최저가 기준 이달 3580원으로 전년 동월(1980원) 대비 81% 올랐다. 같은 기간 해표 식용유(900㎖)는 2900원에서 3900원으로 34% 뛰었다. 업소용 식용유(18ℓ)는 지난해 초만 해도 2만원대 초 중반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도매상을 중심으로 올해 중으로 6만원대를 넘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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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두 나라에서 주로 생산되는 원자재 값이 폭등한 것이 가장 컸다.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도 영향을 미쳤다. 식용유 값 급등은 자영업자들에겐 무엇보다 큰 타격이다.
특히 치킨집이나 분식점 등 튀김 요리를 주로 내놓는 곳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음식점에서 필수 재료로 쓰이는 만큼 ‘기름 값이 무서워서 문을 못 열겠다’는 업주가 많다. 밀가루 역시 튀김 요리에 필수로 들어가는데 1년 전에 비해 14% 이상 비싸졌다.
러시아산 재료를 취급하는 곳도 비슷한 이유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대구와 명란은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각각 93.6%, 89.2%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기존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들어오는 물량이 이 자리를 대체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품목도 비축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상승에 이어 품귀 현상마저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이후 일상 복귀가 한창 진행 중인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적정한 시점에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게 차기 정부의 역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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