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사는 유서깊은 사찰
불교계, 법흥사터 초석 '성보'로 여겨
"불교 문화유산 인식 개선해야"
Q.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5일 북악산 남측 탐방로 개방을 기념한 산행을 하면서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아 논란이 일었는데요. 불교계에서 이를 종교적 모독이라고 비판했는데 그렇게 표현한 근거는 어떤 건가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삼청안내소 출입구를 통과해 법흥사터에 도착,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A: 북악산 기슭에 있는 법흥사터는 신라 진평왕 시기 창건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나옹 스님이 참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구체적인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고 지금은 건물터와 축대, 주춧돌만이 남아 있죠.
1965년 청오 스님이 한 차례 증축했으나,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불자 등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면서 폐허가 됐습니다. 당시 청오 스님이 법흥사에 법등을 밝히려 했으나 좌절된 것이 불교계에서는 안타까운 일로 남아있습니다.
불교계에서는 법흥사가 진평왕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깊은 사찰이라는 점에서 사찰 복원을 위해 옮겨진 초석을 ‘성보’(성스러운 보물)라고 불러왔습니다. 초석은 1960년대에 놓인 것으로 문화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교계의 ‘성물’(신성한 물건이나 제물), 즉 존경의 대상인 ‘성보’를 깔고 앉았다는 점에서 이번 문대통령 내외의 행동이 불교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죠.
불교중앙박물관장인 탄탄 스님은 7일 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에서 “초석이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종교문화에 대한 홀대와 폄훼라는 측면에서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번 사안이 종교 문화를 무시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죄를 넘어 종교 문화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문대통령 내외가 초석을 깔고 앉은 사진은 청와대가 직접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커졌습니다. 불교계에서는 소중한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낮아 벌어진 일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죠.
문화재 보존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함께 산행을 했으나, 당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문대통령 내외가 착석한 법흥사터(추정)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문화재가 아니다”라며 “사전에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공감하며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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