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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인플레 잡으려 돈 빨아들인다…Fed, 매달 116조 양적긴축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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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9.17 포인트(1.43%) 하락한 2695.86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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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끝났다. 물가 잡기에 나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유동성 흡수의 밑그림을 그렸다. 매달 최대 950억 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양적 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을 실시하고, 앞으로 한 번 이상 '빅스텝(0.5%포인트)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Fed의 파상 공세가 거세지며, 시장은 긴축 발작 중이다. 채권 금리가 뛰고 주가는 하락했다.

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3% 내린 2695.86에 장을 마쳤다. 13거래일 만에 다시 2700선이 무너졌다. 개인이 1조2839억원 순매수를 했지만, 외국인(7726억원)과 기관(5210억원)의 팔자에 힘을 쓰지 못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1.61%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달러당 1219.5원을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는 전날보다 1.69% 내린 2만6888.57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2%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들어 1% 넘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다우존스(-0.42%)와 S&P500(-0.97%), 빅테크 등 성장주가 포진한 나스닥(-2.22%) 모두 하락 마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2.65%까지 올랐다(채권값 하락). 3년 만에 최고치다. Fed가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 채권 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시장의 긴축 발작을 자극한 건 6일(현지시간) 공개된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다. 다음 달 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과 양적 긴축(QT)의 쌍끌이에 나설 것이란 신호가 담기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전날 라엘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 지명자의 강력한 메시지에 이어 양적 긴축 규모까지 공개되자 시장이 더 흔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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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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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위원 다수가 “Fed의 대차대조표(B/S) 축소를 이르면 다음 달부터 진행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Fed가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다시 회수하는 양적 긴축을 뜻한다. 금리 인상보다 시장이 더 두려워하는 돈줄 죄기 전략이다.

양적 긴축 규모도 드러났다. Fed 위원들은 양적 긴축의 월 최대치로 950억 달러(약 116조원)가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미 국채 600억 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350억 달러다. 2017~19년 양적 긴축 당시의 월 상한선(500억 달러)의 2배 수준이다. 다만 월 상한선 도달까지는 3개월 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더 긴 기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흡수 방식은 Fed의 보유 자산 중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고 시장으로 보내는 '런오프(run-off)'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전 4조 달러 수준이던 Fed의 보유 자산은 지난달 29일 기준 8조9371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한 영향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Fed의 빅스텝도 기정사실화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FOMC 회의 참석자 다수가 0.5%포인트 인상을 선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Fed의 목표를 훨씬 뛰어넘어 위험한 수준"이라며 0.5%포인트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럼에도 베이비스텝(0.25% 인상)에 그쳤던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변수 때문이었다.

의사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단기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판단해 이번엔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상승하면 한 번 이상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소수 의견도 등장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 은행 총재는 0.25%포인트 인상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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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Fed가 긴축의 속도와 강도를 높이는 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2월 전년 대비 7.9%가 올라 1982년 1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11일 발표되는 3월 CPI는 상승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치솟는 기대인플레이션도 문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6.0%다. 일반인이 당분간 물가 급등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Fed의 물가 목표치(2%)와도 격차가 상당하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기대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만큼 체계적인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발 유동성 파티도 파장을 향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퀸시 크로스비 LPL 파이낸셜 수석주식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의사록은 Fed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비둘기적(통화 완화)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틀렸다'는 경고를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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