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터 초석 착석' 사진에 불교계 반발하자…박수현, 靑 관저 뒤편 불상 얘기 소개
문대통령 "대통령 되고 부처님 모신 것도 부처님의 가피 덕분"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에 위치한 법흥사터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산행 도중 절터 초석에 앉은 사진이 보도되면서 불교계에서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7일 불심(佛心) 달래기에 나섰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불교계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지속될 경우 임기 말 불교계의 여론이 한층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 진화에 나선 셈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불교에 대한 존중은 한결같다"며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개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참모회의 도중 "청와대 관저 뒤편에 부처님 한 분이 계시다. 저는 이 부처님께서 꼭 경주 남산에 계시다가 어떤 연유로인지 지금의 이 자리에 오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제강점기에 한 유지가 경주 남산에서 부처님을 모셔왔는데 해방 후 총독이 이 불상을 일본으로 모셔 가려 했으나 우리 국민의 눈이 무서워 그대로 두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있는 불상이 경주에서 온 그 불상이 맞는지 조사해볼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불교계의 의견과 참여가 아주 중요하다. 조사와 심의 결과 '경주 남산의 부처님이 맞다'는 결론이 나서 경주로 모셔가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더라도 불교계의 의견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실제로 이 불상은 일제 시대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이 일본으로 가져가려다 실패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으로 나타났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의 안목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부처님과 대통령의 인연이 꽃피운 연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지난 5일 산행을 마치고도 문 대통령은 그 불상 앞에서 합장하며 예를 올렸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 회의에서도 "저는 천주교인이지만, 천주교의 교리와 불교의 진리는 결국 하나로 만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부처님(불상)을 제대로 모시게 된 것 역시 부처님의 가피(불교에서 부처나 보살이 중생에게 힘을 주는 일)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박 수석은 거듭 강조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은 '절터 초석에 앉은 것이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언론 기사를 보고받고 참 난감한 것 같았다"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저 부처님의 인연 얘기는 언젠가는 공개하고 싶었다. 소중한 얘기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 말씀드려 아쉽다"고 부연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지난 5일 북악산 남측면 개방 기념 산행 도중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의 연화문 초석에 앉아 설명을 듣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불교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문화재청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초석은 지정·등록문화재가 아니다"라면서도 "사전에 행사를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앞으로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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