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인근 도시 제다에 있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저장시설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로 덮여 있다. (C)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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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가 1분기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2분기부턴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정유사에 파는 원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높이면서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로 사우디 원유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유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외신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대표 유종인 아랍라이트의 5월 OSP를 배럴 당 약 10달러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아랍라이트의 OSP는 지난 1분기 배럴 당 2~3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달 4.95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까지 올랐다. 5월엔 여기서 추가로 5달러를 인상한다.
OSP는 사우디 아람코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에 추가로 붙는 마진이다. OSP가 높아진다는 것은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의 평균 가격보다 아시아 공식 판매가격이 비싸다는 뜻이다. 사우디는 최근 아시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금액)이 급등하면서 가동률이 늘어나고 사우디산 원유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원유 판매가격이 올라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7.5%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주요 석유업체와 거래소들이 거래를 보이콧하면서 수출량이 대폭 줄었다. 러시아 원유 수출 감소 규모는 러시아 전체 생산량의 약 4분의 1 수준인 하루 200만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하루 43만 배럴 소폭 증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감산 규모가 하루 580만 배럴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적은 양이다. 코로나19 완화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60%를 넘는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국내 정유사의 사우디 의존도는 32.3%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다른 중동국가 원유의 수입 비중도 높다. 사우디가 OSP를 올리면 다른 중동국가들도 따라서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이번 OSP 인상 여파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A 정유사 관계자는 "OSP가 올라도 제품가격이 그에 맞춰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정제마진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가 급등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선 정제마진과 실적에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OSP가 오른 상태에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 더 문제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가는 석유제품 수요가 많아져서 오른 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이슈 때문에 유가가 오른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빠질 수 있다"며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때 OSP가 높게 유지되면 사우디 의존도가 높은 정유사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B 정유사 관계자도 "단기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을 예상하고 있다"며 "정유사마다 수급이 다변화돼 있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SP가 높게 유지되면 중남미 등 다른 국제 시장에서 원유를 사는 스폿(Spot) 거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우디 OSP가 고점을 찍는 기간이 일시적이고 석유제품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유가 하락을 감안하면 5월 OSP가 최고점일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중국 석유제품 수출 중단 가능성과 항공유 수요 개선으로 OSP 상승이 2분기 정유사의 실질적인 정제마진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C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달 휘발유 마진은 배럴 당 16달러를 넘고 경유는 배럴 당 30달러, 등유는 22달러까지 찍었다"며 "공급이 줄어든 반면 수요가 계속 뒷받침이 되고 있어 이미 정제마진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OSP 상승이 실적에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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