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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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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친푸틴' 현정부 재집권한 EU·나토 회원국 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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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마찰 무릅쓰고 서방·러 줄타기하며 유권자에 '국익' 호소"

EU 회원 후보국 세르비아도 푸틴에 우호적인 현정부 연임

연합뉴스

오르반 빅토르 총리(우)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와 세르비아에서 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대선에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현 정권이 여유있게 승리를 거둬 재집권에 성공했다.

유럽 전체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며 전쟁 범죄의 책임을 지우는 상황에서 이들의 선거 승리는 다소 의외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헝가리는 대러시아 '단일 대오'를 형성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헝가리 유권자의 선택은 주목된다. 세르비아는 EU 회원 후보국이다.

네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재집권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러시아·중국과 우호 관계, 권위주의적 통치로 그렇지 않아도 EU와 불편했다.

이런 미묘한 태도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EU와는 다른 두 정부의 관점을 결정했고 선거 유세 전략에까지 반영됐다.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반난민·반성소수자에 기반한 극우 포퓰리즘 전략을 펴다가 개전 이후 '평화 대 전쟁' 구도를 내세웠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자는 반대 진영을 '전쟁 지지자'로 몰고 가면서 흔들리는 유럽 안보 지형에서 자신만이 전쟁에서 헝가리 국익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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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U 회원국인 헝가리는 밖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대러 제재에는 발을 뺐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가 EU의 제재에 동참하는 대신 중립을 지키고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표를 모았다.

지난 1일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국가는 러시아의 군사적 표적이 될 수 있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제재하면 경제 타격이 크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헝가리 영토를 통해 서방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것을 막았고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계속 수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철민 한국외대 동유럽학대학 교수는 "오르반 총리는 국익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경제수치로 그 결과물을 보여줬기 때문에 국민 지지가 나름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르반 총리는 대체로 취임 이후 최근 코로나19 상황 전까지 헝가리 경제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헝가리 정부는 연료와 일부 식품에 대한 가격상한제나 저소득층 세금 감면 정책 등을 통해 해당 혜택을 받는 저소득 유권자 중심으로 지지율이 높다.

타임지는 "헝가리는 전형적으로 오르반을 지지하는 저학력, 시골 유권자와 야당을 지지하는 고학력 도시 유권자로 깊이 양분됐다"라며 "10∼15%에 달하는 부동층을 누가 유인하느냐가 (선거의) 관건이다"라고 해설했다.

총리는 EU와의 관계에서도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EU의 대원칙보다는 국익을 우선으로 두는 모습을 보였다.

2015년 유럽의 난민사태 이후 EU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을 거부한 헝가리는 EU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3일 선거 승리 뒤 "우리는 생이 끝날 때까지 오늘의 승리를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엄청나게 많은 적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미디어, 우크라이나 대통령, 헝가리 좌파를 '적'으로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오르반 총리가 국영·친정부 언론을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 지형을 조성한 것이 유권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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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부치치 대통령(왼)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르비아의 부치치 대통령도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유럽 안보 불안과 전쟁 위협을 적극 이용하며 자신을 세르비아 안보를 보장할 적임자로 내세우는 선거 전략으로 승리했다.

그는 EU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러시아·중국과 밀착하며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 동참했지만 EU의 제재에 대해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동참하지 않았다.

세르비아는 그간 러시아산 무기를 들여오며 군사적으로 유대관계를 쌓았다.

나토는 1999년 알바니아계 학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코소보 전쟁에 개입해 세르비아를 공습했다.

또 세르비아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민감한 코소보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도움도 필요하다.

코소보는 내전 이후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지만 러시아, 중국은 세르비아와 함께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국민 여론은 EU 가입을 대체로 희망하는 쪽이 우세하지만 동시에 코소보를 여전히 자국 영토 일부로 간주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부치치 대통령은 (유럽과 러시아·중국 사이를 오가는) 병진노선을 택하는 것"이라며 "결국 양쪽 유권자를 골고루 흡수할 수 있는 인물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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