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 미디어텍 칩셋을 탑재한 중국 스마트폰이 주목받고 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미디어텍 제품은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 엑시노스를 상회하는 성능 측정 결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퀄컴·삼성 칩셋을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S22와 샤오미12 등이 연이어 성능 조작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미디어텍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 역전이 스마트폰 시장의 지각 변동을 야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미디어텍의 차세대 프리미엄 모바일AP인 디멘시티9000을 탑재한 샤오미 '레드미 K50 프로'는 스마트폰 성능 측정 사이트인 긱벤치의 차트에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Gen1)보다 높은 싱글 코어·멀티 코어 점수를 얻었다. TSMC 최신 4나노 공정으로 제조, 전력 효율성을 따지는 '전성비' 역시 우위를 보였다.
모바일AP 전성비가 높다는 것은 스마트폰이 같은 성능을 보이면서도 발열이 덜하다는 의미다. 게임 등을 실행할 때 높은 발열로 인한 최적화 관리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의 핵심 화두로 부상한 상황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미디어텍 디멘시티9000을 탑재하고 출시됐거나 예정인 스마트폰은 샤오미 K50 프로, 오포 X5 프로, 비보 X80, 원플러스10R, 원플러스 노드3, 리얼미GT 네오3T 등이다. 대부분 게이밍 성능을 강조한 프리미엄급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로, 출고가는 50만원대 안팎이다.
일부 외신 등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에 선보일 갤럭시S22 팬에디션(FE)에 미디어텍9000을 탑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군에 미디어텍 칩셋 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22뿐만 아니라 퀄컴 칩을 탑재한 샤오미 플래그십 스마트폰까지 긱벤치에서 퇴출됨에 따라 퀄컴과 삼성의 칩셋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칩셋 제조 과정에서 미세 공정 수율과 아키텍처 한계로 안정적 구동을 위한 성능 제한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그동안 퀄컴·삼성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아 온 미디어텍은 디멘시티9000을 통해 시장 구도 재편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단순 벤치마크 결과가 칩셋 성능 비교를 위한 절대적 기준은 되지 못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관측이다.
미디어텍의 프리미엄 모바일AP 시장 약진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저가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미디어텍은 이미 지난해 전 세계 모바일AP 출하량 점유율에서 퀄컴과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선두 자리를 지켜 온 삼성전자도 미디어텍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도 일부 미디어텍 칩셋을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이 연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미디어텍이 고성능 칩셋을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에 시장에 공급하면서 삼성전자도 도입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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