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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美에 갑질 당하던 을(乙)의 변신...韓 '얼굴없는 패션株' 화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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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오늘의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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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갭, 월마트, 콜스, 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 빅 바이어에게 만년 을(乙)이던 한국의 굴뚝 패션 업체가 달라졌다. 코로나19(COVID-19) 2년을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자 가격 결정권을 가진 갑(甲)으로 변신하면서 이들 업체 주가가 상승하는 중이다.

30일 오전 11시1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영원무역은 전일대비 600원(1.27%) 오른 4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영원무역은 이달 들어 12.5%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세실업과 약진통상을 인수한 제이에스코퍼레이션도 올해 들어 각각 21.6%, 22.4% 상승세를 나타냈다.

'노스페이스' 의류 제조로 유명한 영원무역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228억원으로 전년비 154% 급증했다. 비수기인 4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 한 것. 한세실업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2억원에서 272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원무역·세아상역·한세실업 등 의류ODM(제조자 개발생산 방식) 업체는 과거 한국수출의 큰 축을 담당하던 굴뚝기업이다.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에 위치한 방직·봉제 공장에서 원단을 받아 현지에서 의류를 생산해 미국과 유럽 패션브랜드에 납품한다. 글로벌 패션산업 공급망의 중간 허리를 담당하는 의류벤더(Garment Vendor)로 불린다.

이들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 초기에 미국이 코로나 봉쇄를 실시하면서 백화점 콜스(Kohl's) 등 글로벌 '빅 바이어'로부터 일방적 주문 취소를 당했다. 국내 벤더사들은 이미 원단·봉제·부자재 비용의 95%를 지출한 상태로 선적만 앞두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주문 취소와 일방적 지불 거부로 초유의 위기를 겪었다. 국내 의류벤더 빅4로 꼽히는 세아·한세·한솔과 영원무역은 유보현금이 넉넉해 그나마 사정이 괜찮았지만 중소 의류벤더사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파산에 직면했다.

하지만 2년 뒤 상황은 반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의류 소매판매가 급증하는 시점, 베트남 등지에서 뒤늦게 코로나19가 확산된 때문이다.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자 갑이던 빅 바이어들이 이제는 을에게 의류 공급을 간곡히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 일방적 주문 취소로 '갑질'을 하던 빅 바이어들은 단가를 올려주면서까지 의류 공급을 사정하는 신세가 됐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매 의류 재고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창고가 텅 빈 상태"라며 "베트남 방역 완화로 생산 차질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 강세, 서구권 경기 회복 등 거시경제 환경은 의류 벤더사들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글라데시 공장 비율이 75%에 달하는 영원무역은 베트남의 셧다운 이후 반사익을 크게 얻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4분기 수주만 60% 넘게 급증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재료비 부담이 커졌지만 이를 판매 가격에 전가시키면서 4분기 기준 역대 최고 영업이익률(20.4%)을 기록했다. 20%대 영업이익률은 패션 브랜드에도 쉽지 않은데 '얼굴없는 패션' ODM사가 해낸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계속되면서 올해 글로벌 의류 벤더업계에는 보기 드문 '슈퍼사이클'이 도래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임박하며 미국·유럽 현지 빅 바이어의 공격적 의류 주문이 계속돼서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의류 벤더사들이 중소형 공장 셧다운과 인력 이탈, 도산 등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한국 업체들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리오프닝이 임박한 가운데 의류 소비도 회복세를 이어가며 올해는 모처럼 유의미한 수주를 기대할 수있겠다"고 분석했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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