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현지시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코다'의 배우 에이미 포사이스(왼쪽부터)와 대니얼 듀런트, 에후에니오 데르베스, 에밀리아 존스, 말리 매트린이 영화상 공식 파티장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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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가족에게도 너무나 감사합니다.”(영화 ‘코다’ 제작자 필립 루슬레의 수상 소감)
역사가 새로 쓰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 ‘코다’가 오스카 역사 최초로 작품상을 가져갔다. 2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은 실리콘밸리 기업 애플을 위한 무대였다. 할리우드가 OTT 전성시대를 인증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독립영화 ‘코다’의 든든한 후원자 애플
영화 '코다'는 농인 부모와 오빠를 둔 청인 소녀 루비가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음악이라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판씨네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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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는 애플이 운영하는 OTT 애플TV플러스가 배급한 작품이다. 농인 부모와 오빠를 둔 소녀 루디가 음악이라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렸다.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4)를 미국 배경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오스카 작품상과 각색상(션 헤이더), 남우조연상(트로이 코처) 후보에 올라 3개 부문 트로피를 모두 가져갔다.
‘코다’는 지난해 북미 독립영화 최대 축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의 극장 상영이 어려웠던 시기였다. 독립영화 ‘코다’(제작비 1,000만 달러)로선 판로를 찾기가 더욱 힘들었다. 애플TV플러스가 ‘후원자’로 나섰다. 2,500만 달러에 배급권을 사들였다. 선댄스영화제 역사상 최고 구매가였다. ‘코다’는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한국은 수입사 판씨네마에 의해 극장 개봉). 선댄스에서 시작된 ‘코다’의 꿈 같은 여정은 이날 오스카 무대에서 작품상 수상과 함께 막을 내렸다.
2016년 첫 후보… OTT 최초 최고상
영화 '코다'의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이 27일 오후(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후 무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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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는 수년 전부터 오스카 문을 두드려 왔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투자하고 배급한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2016년 작품상 후보에 오르며 OTT의 아카데미상 도전이 본격화했다.
넷플릭스가 특히 공격적이었다. 실리콘밸리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공인받기 위해서였다. 2019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이후 오스카 작품상 수상을 정조준해 왔다. ‘로마’는 오스카 홍보전에만 2,500만 달러를 쏟을 정도였다(‘로마’의 제작비는 1,500만 달러다). 2020년엔 ‘아이리시맨’과 ‘결혼이야기’를 작품상 후보에 올렸으나 ‘기생충’에 밀렸다. 지난해에는 ‘맹크’가, 올해는 ‘파워 오브 도그’와 ‘돈 룩 업’이 작품상을 노렸다.
하지만 작품상 첫 수상의 영예는 OTT 후발 주자인 애플TV플러스에 돌아갔다. 애플TV플러스는 2019년 1월 첫선을 보였다. 유료 계정수는 2,000만 개로 추산된다. 지난해 장편애니메이션상(울프워커스)과 음향상 후보에 오르며 오스카와 첫 인연을 맺었다. ‘코다’로 작품상 후보에 처음 올라 곧바로 수상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애플TV플러스는 ‘맥베스의 비극’을 3개 부문(남우주연상, 촬영상, 미술상)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27일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애플TV플러스는 '코다'의 오스카 홍보를 위해 1,000만 달러를 썼다"며 "작품상 수상으로 가입자 증가와 유명 영화인과의 협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OTT 37개 부문 후보… 예고된 작품상
올해 오스카 최다 부문(12개)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언 감독이 27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후 기자회견장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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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할리우드에선 OTT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돈과 기술을 앞세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할리우드까지 쥐락펴락하려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극장과 온라인 동시 공개 전략을 내세운 넷플릭스에 대해 극장업자들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는 아카데미상 도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한 영화에 한해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후 온라인에 공개하는 등 우회전략을 택했다.
코로나19로 상황은 급변했다. 개봉작이 줄고 극장 관객이 급감한 반면 OTT 공개 영화와 이용자 수는 급증했다.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로스앤젤레스 주요 극장에서 14일 이상 상영해야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규정 등을 완화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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