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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EU와 불화빚던 폴란드, 유럽 통합 상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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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 정권' 비난했던 바이든, 폴란드 방문…우크라 피란·지원 수송로

극우당 집권뒤 사법권 독립 논란에 '폴렉시트' 거론되다 극적 변신

연합뉴스

폴란드 아파트 외벽의 우크라 대통령 초상화
(바르샤바 EPA=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한 아파트 건물 벽을 장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초상화. 이 초상화 위쪽에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2022.3.23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유럽연합(EU)의 '자격'인 법치주의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화를 빚던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의 통합과 연대의 상징이 됐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25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으로 '화룡점정'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폴란드 제슈프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전인 2020년 10월 방송 인터뷰를 통해 폴란드를 헝가리, 벨라루스와 묶어 '전체주의 정권의 부상'의 예로 들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강경 우파 정권이 집권한 폴란드와 러시아를 친러시아 독재정권 벨라루스와 같은 반열에 올렸을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를 마뜩잖게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폴란드의 위상은 달라졌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인접한 전략적 요충지 폴란드에 병력과 무기를 집결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폴란드 등 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미군이 증파될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실제로 침공당한 장면을 본 나토는 서쪽 유럽 대륙으로 전쟁의 불길이 옮겨붙을세라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경계 태세의 최전선이 바로 폴란드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지로 폴란드 국경지대 제슈프를 고른 사실이 곧 러시아에 맞서는 서방 진영에서 폴란드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국경과 80㎞ 떨어진 제슈프는 침공 전 러시아가 병력을 증강할 때부터 미국이 육군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을 파병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약 600㎞의 국경을 공유하는 폴란드는 피란민의 대피로이면서 서방이 지원하는 무기 수송로 역할도 한다.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들어온 난민이 200만 명이 넘었다.

폴란드는 전쟁 전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을 준비를 했다. 중동·아프리카에서 온 난민을 강하게 거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만 해도 폴란드는 유럽에서 민주주의 후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작년 10월엔 '폴렉시트'(폴란드의 EU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폴란드에서는 극우파 정당 '법과 정의당'(PiS)은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데 이어 2019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 정당은 서구식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가치보다는 보수 가톨릭과 전통적 가치에 기반을 둔 사회로 개혁한다며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왔다.

연합뉴스

"탈퇴 안 돼"…EU 깃발 들고 시위하는 폴란드인들
(크라쿠프 EPA=연합뉴스)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의 광장에서 지난해 10월 10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대형 유럽연합(EU) 깃발을 들고 EU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최근 EU 조약·결정보다 자국 헌법이 우위라며 정부를 지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극우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선 폴란드에서는 동성애자 인권, 사법권 독립 등을 놓고 EU와 대립각을 세웠다. sungok@yna.co.kr


특히 2017년 대법원 산하에 판사징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정권에 도전하는 판사에 정직 등 징계를 결정했다. 2018년에는 하원이 법관을 인선하는 위원회 구성을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이렇게 되면 여당 주도의 하원이 사법부를 좌우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라 EU가 회원국에 요구하는 사법부 독립, 법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U는 지난 1월 이런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며 폴란드에 배정된 360억 유로(약 49조원)의 '코로나 회복 지원금' 지급을 유보했다.

폴란드는 이런 EU의 제재가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다가 지난달 중순에야 결국 사법부 통제 수단인 판사징계위원회의 징계 권한을 수정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아직 이 문제가 해소되진 못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자 EU 지도자들이 폴란드가 피란민을 받는 데 문제가 없도록 이 지원금을 지급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스티븐 멀 전 주폴란드 미국 대사는 폴란드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당장 '옆집에 불이 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폴란드가 현재 유럽 내 안보 지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는 폴란드가 '반자유주의적 선동가'에서 예상 밖으로 '유럽 통합의 상징'으로 변모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폴란드 정권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폴란드 내 좌파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보이치에흐 올레니작은 "법과 정의당이 국내 문제를 해결하려 국제 문제를 끌어들인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정책을 통해 지지를 얻고서는 국내서 포퓰리즘 정책을 고수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폴란드는 또 자국의 구형 러시아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미국산 전투기를 대신 받는 방식의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가능성이 커진 러시아의 공격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의 대공 방어망을 도입하려 한다.

평시 같으면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이런 전략 자산을 전쟁이라는 긴급 상황 속에서 들여올 기회가 생긴 셈이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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