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20대 대통령선거 이후 안랩 주가와 투자자별 매매현황 등 수급흐름이 전형적인 테마주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자금력을 가진 세력이 재료를 이용해 주가를 올리고 고점에서 개인에게 물량을 넘기고 도망간다'는 테마주의 전형적인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별 매매현황을 살펴보면 대선 직후인 10~11일에는 안랩의 순매수 주체는 개인이었다. 개인은 이틀간 106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연기금과 사모펀드 등 국내 일부 기관투자자가 매수했지만 규모는 각 2억원, 7억원 가량으로 많지 않다.
안랩의 최대주주인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가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된 13일 이후 거래일인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이 매수에 가담한다. 외인은 14일부터 23일까지, 8거래일간 총 142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인의 당일 순매수 금액은 당일의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와 거의 유사하다. 즉 프로그램을 활용한 기계적 매매를 통해서 공격적으로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통상 프로그램 매매는 수초에서 수분내에 매우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외인과 기관 등이 대규모 물량을 거래할때 활용된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 영향으로 안랩 주가는 연일 급등했고 23일에는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인 17만5800원에 마감했다. 다음날인 24일 장중에 24% 급등했으나 결국 17.5% 급락한 채 마감했다. 당일 저가가 -21%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변동폭이 45%에 달한다.
24일 매매현황을 보면 개인만 222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 170억원, 55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날 종가(14만5000원)가 저점(13만8300원) 근처에서 마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유일하게 순매수한 개인만 현재 손실 상태로 볼 수 있다.
외인의 안랩 매수가 중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투자성격이라는 점은 지분공시를 통해서 확연히 드러난다.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은 21일 보유지분 공시를 통해 지난 17일 기준 보유지분이 5.38%(53만8878주)이며 보유목적이 '단순투자'라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공시대상이 되는 보유지분이 처음으로 5% 이상이 되는 시점이 16일로 당시 보유지분이 47만8753주다. 이는 JP모건 창구를 통해 14~16일 순매수된 수량(42만6670주)과 유사하다. 즉 JP모건이 14일 이전에 안랩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한게 아닌, 14일부터 사흘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결과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후 JP모건은 24일 공시를 통해 이미 상당 물량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24일 공시에 따르면 21일 기준 JP모건의 보유지분은 0.79%(7만9191주)다. 18일 종가이자 최고가인 10만1700원에 보유지분 중 절반 이상인 30만8258주를 매도하는 등 18일과 21일, 2거래일만에 4.59%(45만9687주)를 매도했다. 즉 40만여주, 5%에 육박하는 물량을 사흘에 걸쳐 매수하고 이틀동안 매도한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JP모건은 현재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외국인 단타창구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안랩 사례를 통해 이런 추정이 확실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매수를 보고 호재로 인식해 산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테마주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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