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개전 나흘 만에 서명하고 비상팀 발족 근거 마련
사용 가능성 높은 전술핵…방사능 누출 영향, 나토 회원국 공격으로 간주할 지가 쟁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 각료회의에 참석해 "유럽 등 비우호국에 대한 가스공급 대금을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 고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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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미국 백악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 대비, 미국과 그 동맹의 대응 시나리오를 개괄할 국가안보위원회(NSC)의 주도로 구성된 팀을 가동 중이라고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서방 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황이 풀리지 않는 데 분노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해주는 방식으로 전쟁에 개입 중인 서방 국가들에 경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화학·핵무기 사용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타이거팀'으로 불리는 이 조직은 이미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물자를 지원하는 서방 호송대를 공격할 경우 대응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고 이번 사안에 관여 중인 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타이거팀은 오래 전부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 구성되는 비상 태스크포스(T/F)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돼왔다.
팀은 벌써 주 3회씩 정례 회의를 열고 있으며, 러시아가 몰도바나 조지아 등 인근 국가로 전쟁을 확대할 경우 대응은 물론, 이 경우 발생할 수십 년간 전례 없던 규모의 난민 발생 관련 유럽 국가들의 준비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같은 비상계획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24일 열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특별정상회의의 중심 의제가 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서방 29개국 정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럽 순방을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면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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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이런 시나리오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해 보였지만, 이제 백악관과 나토 본부에서는 러시아가 군사적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보유 중인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드는 일이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화학 또는 방사능 구름이 국경을 따라 내려갈 경우, 나토 헌장상 '공격'으로 간주할지가 관건이 된다. 공격으로 간주되면 30개 회원국은 집단적 군사 행동에 들어가게 된다.
타이거팀 조직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8일 서명한 메모에 근거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지 나흘 만에 이 같은 팀 구성에 들어간 것이라고 이번 조치에 관여 중인 당국자들은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작년 11월부터 제기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몇 달간 물밑에서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2차 세계대전 말미인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미군 B-29 폭격기가 원자폭탄을 투하, 버섯 구름이 형성된 모습. 당시 공격으로 약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격 자체에서 살아았더라도, 심각한 방사능 피폭으로 곧 사망한 사람이 많았다. 사진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제공.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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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사용은 지난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이후 금기시돼온 측면이 있지만, 이제 당시 폭발력의 3분의 1에 불과한 전술핵이 많이 개발됐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이런 전술핵 무기로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미 상원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잭 리드 민주당 의원은 전날 회의에서 푸틴이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다면 그 영향은 우크라이나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핵무기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주변 나토 국가로 퍼질 것이고, 이는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말 어려운 요구이지만, 대통령뿐만 아니라 나토 평의회 전체가 소집돼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길 원하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사태를 상원 의원들에게 브리핑하기 위해 워싱턴 의사당으로 가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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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28일 타이거팀을 창설하면서 또 다른 팀도 발족했는데, 두 번째 팀은 푸틴의 (우크라) 침공으로 인한 미국의 지정학적 입지 개선을 장기적으로 모색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백악관 내에서는 푸틴이 큰 전략적 실수를 저질러 러시아의 위상이 약해지고 러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그 동맹도 몇 년간 약화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물론 아직 전쟁 초기인 만큼 이런 결론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제기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일부 당국자들은 백악관과 펜타곤(미 국방부) 사이에 이 같은 고도의 비상 계획을 어디까지 공유할지를 두고도 일부 긴장이 있다고 전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작은 전술핵이라도 사용할 경우 그게 우크라이나 내에서이고, 나토 회원국을 직접 겨냥한 건 아니라고 해도, 미국과 나토의 미개입 약속은 무효가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어떤 대응을 논의 중인지 묻자, 이 당국자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과 나토 정보 당국은 아직 러시아 군사당국이 핵무기 사용을 준비한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행정부 당국자들이 일단 주의를 촉구하는 것으로 논의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아틀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국방장관은 마크밀리 미 합참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푸틴이 나토 회원국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면, 나토군을 러시아로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나토군과 대치하게 될 것"이라며 "나토 헌장 5조가 적용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푸틴은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가 그렇게 멍청하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 상원 정보·국방위원회의 앵거스 킹 무소속 의원은 지난주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을 방문한 자리에서 "푸틴은 외교적 합의를 이루려 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도시에서의 포격을 강화할 것이며, 서방에 사이버공격을 가할 수 있다 면서 "네 번째는 전술핵무기를 통한 긴장 고조에서 완화로 가는 시나리오인데, 핵무기로 경고하는 건 러시아군의 독트린이며, 이후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의 학교가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파괴된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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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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