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방' 벨라루스 '우크라 침략' 참전하나?…美·나토 "징후 포착"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우크라 침공] 벨라루스 개입 여부, 푸틴 결정에 달려

2월 19일 (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속 벨라루스 브레스트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군인들이 합동 훈련 중 악수를 하고 있다. /AFP=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러시아 우방국인 벨라루스의 참전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벨라루스군의 참전이 이뤄지면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영토까지 번지는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22일(현지시간) CNN은 미국과 나토 당국자들을 인용해 벨라루스가 '곧'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거란 경고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벨라루스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위한 조치에 돌입했다. 나토 군사 관계자는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벨라루스의 참전 등) 무엇이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 야당 소식통도 CNN에 "벨라루스 전투부대가 수천 명의 병력을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로 진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벨라루스의 군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직접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며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나토의 한 고위당국자는 "벨라루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벨라루스의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고 참전 가능성을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직접적인 참전 징후는 없다고 강조했다.

3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 중인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예상과 다른 장기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러시아군이 병력·군사무기 부족 등의 어려움에 직면했고, 중국·벨라루스 등 우방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은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국 내 수천 명의 러시아군 병력 배치를 용인하고, 대규모 군사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로 진군할 수 있도록 국경을 개방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길을 만들어줬다.

아울러 헌법도 변경해 러시아 핵무기와 병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려는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 의회의 '벨라루스군의 우크라이나 진입' 주장에 선을 그으면서도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면 벨라루스는 2~3일 이내에 병력을 집결시킬 수 있다"며 전쟁 참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미국, 유럽 등 서방은 루카셴코 대통령과 벨라루스 주요 정부 관리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한편 나토 군사 관계자는 벨라루스군의 참전 여부는 러시아의 최종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벨라루스군의 개입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해당 지역에 또 다른 불안정한 국가가 생기기를 원하는가에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벨라루스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벨라루스군이 어떤 방식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될지에 대해선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가 벨라루스군을 이용해 서부 국경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오는 나토의 군사지원 차단을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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